독일 "북한 코로나 대응 '빈 협약' 위반...대사관 폐쇄 이유”

피트 헬트만 평양주재 독일대사가 9일 평양발 특별항공편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평양주재 대사관을 임시폐쇄한 이유에 대해, 북한 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책이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업무를 재개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독일 외무부는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취한 북한 당국의 “부적절한 조치는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위배된다”고 말했습니다.

독일 외무부 관계자는 이날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런 부적절한 조치 때문에 대사관을 임시폐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정상적인 운영이 다시 가능해질 때까지 평양주재 대사관을 임시폐쇄하고 인력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독일 외무부 관계자] “Due to inappropriate measures contrary to the Vienna Convention on Diplomatic Relations undertaken by North Korean authorities to fight Corona Virus spreading, the Federal Foreign Office has decided to temporarily close its embassy in Pyongyang and to withdraw its personnel until normal operations of the German Embassy are possible again.”

다만, 이 관계자는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평양 주재) 대사관 업무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독일 외무부 관계자] “The Embassy will resume its operations as soon as conditions allow.”

지난 1964년 4월 발효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은 외교공관 직무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외교관의 특권과 면제를 받을 권리에 관한 다자조약입니다. 북한은 1980년 10월에 이 협약에 가입했습니다.

특히 이 협약의 제26조에 따르면 접수국은 “모든 공관원에 대하여 접수국 영토 내에서의 이동과 여행의 자유를 보장”해야 합니다.

독일 외무부는 지난달 VOA에 북한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책에 따른 외교관들의 이동과 여행 제한 때문에 평양주재 대사관을 임시폐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독일 정부가 외교관의 여행 제한과 격리에 관해 북한 당국에 “여러 차례 항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교 유럽연구소 라몬 파체코 파르도 한국학 석좌교수는 9일 VOA에, 독일대사관 임시폐쇄의 여파가 양국 관계에서 단기적인 장애물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파체코 파르도 교수] “I think that the consequences could actually be bigger than the short-term impediment to relations.”

특히 2017년 미-북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미국이 독일에 평양주재 대사관을 닫으라고 압박한 적이 있지만 이를 따르지 않았다면서, 과거 사례와 이번 결정이 대비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현재 독일은 북한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책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빈 협약에 반한다고 공공연하게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파체코 파르도 교수] “But now what we see is that Germany is openly accusing North Korea of going against the freedom of movement, which is in contravention of the Vienna Convention.”

독일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대사관을 운영하는 것이 “때때로 자국 외교관들에게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독일 정부 외에 스위스 외교부 산하 개발협력청(SDC) 평양사무소와 프랑스의 평양주재 협력사무소도 북한 당국의 코로나 대응 방안을 문제 삼아 잠정폐쇄를 결정했습니다.

스위스와 프랑스 외교부는 VOA에 북한의 국경 봉쇄 정책이 사무소 운영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폐쇄 이유를 설명했었습니다.

스위스 외교부는 9일 VOA에, 개발협력청 평양사무소의 인원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이어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대로 대북 인도주의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스위스 외교부] “As soon as conditions in the DPRK return to normal, the FDFA will resume its humanitarian work.”

비록 일시적이지만, 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없는 북한 내 공관을 폐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없다고 보고하면서도, 자국 내 외교관들의 활동을 크게 제한해왔습니다.

북한은 1월 31일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육상∙해상∙항공 통로를 모두 차단해 국경을 봉쇄했고, 외교관을 포함한 외국인의 입국도 막았습니다.

이어 2월 중순에는 외국인 격리 기간을 15일에서 30일로 연장했습니다.

평양주재 러시아대사관이 지난달 4일 공개한 외교 공한에 따르면 북한은 격리 기간 내 외교관들의 평양 내 움직임을 제한하면서, 외교 관저에서만 활동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특히 격리 기간 중 통일거리 등 평양 시내의 호텔 ∙상점∙식당∙시장과 대동강 외교관클럽을 상대로 한 서비스도 중단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국장은 9일 VOA에, 해당국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외교관들은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But it's fundamentally about the question of access inside North Korea and the way that the North Koreans are applying quarantine.”

따라서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북한 내에서 접근 제한과 북한 정부가 외교관들을 상대로 격리 조치를 취한 방식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스나이더 국장은 밝혔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