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 국토안보장관 탄핵 발의...트럼프, 명예훼손 거액 배상 평결 "항소한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 국토안보부 장관 (자료사진)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하원 공화당이 미 남부 국경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행 피해자에게 8천33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배심원 평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하면서 가금류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민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공화당이 남부 국경 상황에 대한 책임을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묻기 위해 나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원 공화당이 28일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은 소추안에서 마요르카스 장관이 이민과 관련해 “법 준수를 고의적이고 체계적으로 거부”하고 “공공의 신뢰를 저버리는 중대범죄와 경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하면서, 탄핵은 “의회의 실행 가능한 유일한 선택”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법을 준수하지 않았다, 공공의 신뢰를 저버렸다, 이게 구체적으로 어떤 말입니까?

기자) 그러니까 마요르카스 장관이 남부 국경에서 이민정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해서 남부 국경에 불법 이주자가 급증하게 됐고, 이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봤다는 겁니다. 탄핵 소추안은 마요르카스 장관이 이민법을 고의로 준수하지 않아 “국가 안보를 해치는 국경 통제에 실패했으며, 공공 안전을 위태롭게 하고, 헌법이 보장한 법치와 권력 분립을 위반하여 미 국민들에게 명백한 피해를 줬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의회가 내각 관료를 탄핵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네, 하원은 뇌물 수수나 반역, 범죄를 일으킨 정부 관료에 대해 탄핵 소추를 할 권한이 있습니다.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닌데요. 미국 역사에서 탄핵 위기를 맞았던 장관은 딱 한 명 있습니다. 지난 1876년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 재임 시절 하원은 윌리엄 벨크냅 전쟁부 장관에 대해 정부 계약과 관련한 부패 혐의로 탄핵 소추했습니다.

진행자) 마요르카스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전격적으로 나온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공화당은 지난해 초 하원을 장악한 이후 거의 1년 동안 마요르카스 장관에 대한 탄핵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청문회 등 여러 조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와 마요르카스 장관이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민을 통제했던 정책을 폐지하거나 전 세계 이주자들이 남부 국경을 통해 불법적으로 입국하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제정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진행자) 그럼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탄핵이 추진되는 건가요?

기자) 공화당은 오는 30일,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회의에서 마요르카스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승인하고, 하원 본회의에 회부해 표결에 부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탄핵 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실제 마요르카스 장관 탄핵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탄핵안이 하원에서 통과되더라도 상원에서 탄핵 재판을 거쳐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요. 현재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상원에서 가로막힐 가능성이 큽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을 발의해도 실제로 탄핵당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 왜 하원은 마요르카스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걸까요?

기자) 올해 대선을 앞두고 이민자 문제 특히 미 남부 국경 상황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공화당으로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정책에 대한 공세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8일 유세에서, 만약 자신이 백악관에 복귀한다면 남부 국경에서 미 역사상 “최대 추방 작전”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만약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 국경 강화를 강조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립이 격화할 수 있는 겁니다.

진행자) 마요르카스 장관 탄핵 소추안이 발의된 데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민주당은 남부 국경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시간에 공화당은 지금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베니 톰슨 의원은 공화당이 발의한 소추안에는 “헌법상 탄핵 기준인 중대범죄나 경범죄에 대한 증거가 단 한 조각도 없다”고 밝습니다. 미 국토안보부도 28일 성명을 내고 “그들(하원 공화당)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캠페인을 벌이려는 것”이라며, 탄핵 소추는 “초당적인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을 약화했고, 사실관계와 법률학자, 전문가들은 물론 헌법 자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남부 국경을 넘어 불법으로 미국 입국을 시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기자)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가 국경순찰대에 체포된 사례는 30만 건이 넘는데요.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최근엔 남부 국경의 공화당 주지사들이 국경을 넘은 이주자들을 버스나 전세기에 태워 민주당이 이끄는 대도시로 보내면서 뉴욕 등 일부 대도시 역시 이민자 수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도 마요르카스 장관은 많은 이주자를 미국 안에서 풀어주고, 특히 망명 신청 절차를 밟을 권리가 없는 사람들까지 미국에 머물게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국경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앞서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게 된 배경에는 국경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본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기 위해선 국경 문제에 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27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유세하면서, 만약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면, “오늘 당장 국경을 봉쇄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국경을 봉쇄하겠다는 건 강경한 태세로의 전환 아닙니까?

기자) 네, 하지만 의회에서 협상 중인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이 협상안은 국경을 넘는 이민자가 하루 평균 5천 명 이상이 되면 대통령이 국경을 폐쇄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AP’ 통신은 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27일) 유세에서 “초당적인 법안은 미국에 도움이 되고, 우리의 망가진 이민 시스템을 고치고, 미국에 있을 자격이 되는 사람들의 신속한 접근을 허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의회는 이것을 완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전 미국 대통령이 26일 뉴욕 시내 아파트를 나서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 보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민사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원고인 E. 진 캐럴 씨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대배심의 평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며 “평결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으며, 조 바이든이 주도하는 나와 공화당을 겨냥한 마녀사냥에 대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해당 평결이 어떤 내용인지부터 알아보고 갈까요?

기자) 네, 지난 26일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원고 캐럴 씨에게 8천33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평결했습니다. 8천330만 달러 중 1천830만 달러는 실제 피해에 대한 배상액이고, 나머지 6천500만 달러는 징벌적 배상금인데요. 배심원단은 원고 캐럴 씨의 성추행 피해 주장을 거짓이라고 주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원고에게 피해를 실제로 줬다고 판단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캐럴 씨에 대한 배상 평결은 지난해 이미 나오지 않았나요?

기자) 네, 작년 5월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500만 달러를 캐럴 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평결한 바 있습니다. 패션잡지 엘르의 칼럼니스트였던 캐럴 씨는 지난 1990년대 중반에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로 내용을 전면 부인하며 자신을 조롱하자 명예훼손 소송을 냈습니다. 당시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 씨를 “강간하지는 않았지만, 성추행을 했다”고 인정했고요. 또 캐럴 씨의 주장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 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사안이 왜 또 법정에 가게 된 건가요?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소한 이후 캐럴 씨에 대한 비난을 이어간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럴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책을 팔려고 이야기를 꾸며냈다고 주장했고요. 자신은 캐럴 씨를 모른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캐럴 씨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언행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요. 배심원단이 고액의 배상금 평결을 추가로 내리게 된 겁니다.

진행자)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평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고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우리의 사법 시스템은 망가졌으며 정치적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그들은 수정헌법 1조의 권리를 박탈했다. 이것은 미국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는데요. 수정헌법 1조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민사 소송 외에 여러 건의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의혹과 기밀문서 유출 혐의 등으로 연방 기소된 상태이고요. 뉴욕주에서는 성인 배우 입막음용으로 돈을 지불한 사건으로, 조지아주에서는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상황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4건의 기소에 적용된 혐의는 총 91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의 페탈루마시에 있는 선라이즈 농장. (자료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고요?

기자) 네. 캘리포니아주가 최근 조류독감으로 타격을 받았습니다. 처음 조류독감이 감지된 건 작년 연말 샌프란시스코 북부 소노마 카운티였는데요. 5천만 달러 규모의 가금류 산업이 발달한 소노마 카운티 내 ‘페탈루마’라는 도시는 계란을 생산하는 곳으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지역 당국은 지난 12월 5일 바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염을 막기 위해 조류독감이 발생한 인근 가금류 공장의 닭을 처분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진행자) 캘리포니아주에서 조류독감이 감지되고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닭이 도살됐나요?

기자) 정부 규정에 따라, 약 12개의 상업 가금류 농장에서 100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도살됐습니다. 특히 지역 가금류 농장인 ‘선라이즈 농장’은 감염을 막기 위해 총 55만 마리의 암탉을 모두 안락사시켰습니다.

진행자) 농장주들이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같습니다.

기자) 네, 농장주인 마이크 웨버 씨는 텅 빈 닭장에 서서, 이번 일은 충격적인 경험이라며 “모두가 슬픔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웨버 씨는 지난 성탄절 연휴 기간, 농장 직원들과 닭의 사체를 처리하고 닭장을 소독하고 청소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올봄에 농장이 병아리를 데려올 수 있도록 연방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길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암탉이 알을 낳을 수 있을 만큼 성숙해지려면 약 5개월이 추가로 걸립니다.

진행자) 작년에는 조류독감이 중서부를 강타했었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에는 중서부 지역이 직격탄을 맞았는데, 당시 캘리포니아주는 조류독감 유행을 피해 갔었습니다. 사실 조류독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매년 있어왔죠. 미 농무부는 특히 2022년 초 발발한 바이러스로 미국 47개 주에서 거의 8천200만 마리의 닭이 도살됐다고 밝혔는데요. 대부분 알을 낳는 암탉이 처분됐습니다.

진행자) 조류독감이 확산할 때마다 안전성 문제와 함께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것이 치솟는 계란값이 아니겠습니까?

기자) 암탉이 모두 도살되면서 지난 연휴 기간,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달걀 가격은 급등했는데요. 이에 따라 슈퍼마켓과 식당은 타지에서 공급업체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지난해 1월 기준, 계란 12알의 가격은 4.82달러로 약 두 배 뛰었고요. 터키와 오리, 닭고기 가격도 인상됐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조류독감 발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군요?

기자)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C Davis)의 가금류 전문가 모리스 피테스키 씨는 기후 변화를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기후가 변하면서 야생 조류의 이동 양식을 방해하고 있다는 건데요. 예를 들면, 작년에 이례적인 강우량으로 가금류 농장 인근 지역을 포함해 캘리포니아 전역에 새로운 물새 서식지가 생겼는데, 이 야생 새들이 온갖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다는 겁니다. 조류독감을 연구하는 UC Davis의 로드리고 갤라르도 연구원은 농장 가금류가 야생 새들에 노출되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캘리포니아주는 이번 조류독감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기자) 캘리포니아 가금류 연맹의 빌 마토스 회장은 아직 철새들의 이주가 몇 달 더 남은 점을 지적하며, 농장에서 키우는 가금류를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수의사인 아네트 존스 씨는 농장주들에게 오는 6월까지 가축 떼를 실내에 머물게 하라고 촉구했고요. 여기에는 실외에서 사육돼야 할 유기농 닭도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뒤뜰에서 소소하게 닭을 키우는 주민에게도 철저한 조처가 요구되고 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마토스 회장은 닭이 다섯 마리만 있어도 전멸할 수 있고 이웃 지역에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러면서 매일 뒤뜰에 갈 때마다 청결한 옷과 신발을 착용하고 소독하라고 조언했습니다. 또 갤라르도 연구원도 동일한 의견을 밝히며, 비정상적으로 많은 닭이 죽어간다면 꼭 조류독감 검사를 받으라고 조언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