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글레이저 전 미 재무 차관보] “북한 불법활동 차단 위해 중국의 결단 필요”

대니얼 글레이저 전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보

미국 법무부가 최근 25억 달러 규모의 북한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북한과 중국 국적자 30여명을 기소한 사건은 중국의 협조 없이는 북한의 불법 활동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대니얼 글레이저 전 미 재무부 차관보가 밝혔습니다. 글레이저 전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최대 압박’은 중국의 협력이 있어야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를 주도했던 대니얼 글레이저 전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보를 김카니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 법무부의 이번 기소 조치는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한 최대 규모의 법 집행으로 꼽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대니얼 글레이저 전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보.

글레이저 전 차관보) 이번 기소 조치는 놀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북한이 공격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추구하고 있고 전 세계가 이를 종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불법 금융 거래에 관여한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미 행정부들은 과거 수 십 년 동안 북한의 불법 행위들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번 기소 조치는 북한이 불법 금융 거래를 하기 최대한 어렵게 만들기 위한 가장 최근의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이번 조치를 북한의 불법 금융 거래를 막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최근의 시도라고 하셨는데요. 북한 국적자 등이 실제 기소된 건 지난 2월입니다. 미-북 대화 교착 상황이 법무부의 기소 사실 공개와 연관이 있다고 보십니까?

글레이저 전 차관보) 기소 등 형사 절차를 외교적 진전 상황과 연계시키는 것은 굉장히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이 두 사안은 맞물려 이뤄지지 않습니다. 형사 절차와 외교적 진전 상황을 조율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법무부의 이번 조치가 북한 문제와 관련한 시기, 중국에 대한 불만과 관련한 행정부 내 좌절감의 표시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기소는 외교의 도구가 아닙니다. 기소된 개인들의 유죄가 판명될 경우 이들은 미국 법을 위반한 것이고 법무부는 이런 방식으로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확인할 모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오랫동안 중국, 러시아, 쿠웨이트 등지에서 돈세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북한의 금융 제재 회피 방법이 이전에 비해 얼마나 진전됐습니까?

글레이저 전 차관보)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지만 제재 회피를 위한 노력은 무한대로 다양합니다. 법무부의 이번 조치를 보면 북한이 이전에 관여했던 불법 금융활동 방법과 같습니다. 북한은 유령회사를 세우고 강력한 법과 집행력을 갖고 있지 않은 나라들을 목표로 합니다.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은 북한의 불법 활동들을 적발해 종식시키려고 하지만 북한은 상황에 맞게 적응해왔습니다. 중국이 북한을 국제금융체제로부터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하기 전에는 북한의 불법 활동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을 겁니다. 중국이 그런 전략적 결정을 할 때까지 북한은 제재를 회피할 방법을 찾을 겁니다.

기자) 중국 금융권이 북한의 대규모 불법 돈세탁에 협력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미국 정부가 이들 중국 금융기관들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 즉 3자 제재에 나설 것으로 보십니까 ?

글레이저 전 차관보) 미국 정부는 은밀한 활동을 하는 전 세계 금융기관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할 권한이 물론 있습니다. 이 금융기관들이 중국에 위치해 있다면 해당 기관들은 그런(세컨더리 보이콧) 조치들에 취약해지겠죠. 하지만 재무부와 행정부가 실제로 세컨더리 보이콧에 나설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들 중국 은행들 중 일부는 크고 매우 중요한 은행입니다. 이들은 국제 금융 커뮤니티의 책임있는 참여자들이고 북한의 불법 행위에 의해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또, 북한의 불법 금융 거래를 단속해야 합니다. 미국은 이전에도 전 세계 금융기관들에 벌금을 물은 적이 있으며 이번에도 제재를 가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기자) 말씀하신대로 중국 대형 은행들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하기엔 미국에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는 지적들이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미국이 이번에 중국 금융 기관들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글레이저 전 차관보) ‘세컨더리 보이콧’ 이라는 용어에 너무 치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언제나 북한을 돕는 금융기관들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도구라는 문제가 아닙니다. 세컨더리 보이콧 이전에도 미국은 북한을 돕는 기관들을 제재했습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를 더 강력히 이행하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기자) 법무부는 북한 국적 28명과 함께 중국인 국적자 5명도 기소했습니다. 이들이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적어보이는데, 중국에 어떤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십니까?

글레이저 전 차관보) 기소된 중국 국적자들이 금융권, 은행권에 있다면 기소의 효과, 그리고 이들에 대한 제재 효과는 엄청날 겁니다. 국제금융체제에서 거래를 평상시처럼 할 수 없게 될 겁니다. 미국이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는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접근하는데는 책임이 따른다는 겁니다. 미국법이나 제재를 위반하는데 미국 금융시스템을 이용해선 안 되며, 만약 미국이 이를 적발하면 더 이상 미국 금융시스템을 통해 거래할 수 없다는 겁니다.

기자) 북한과 관련한 조치는 국무부와 재무부가 해왔는데 법무부가 행동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 아닙니까?

글레이저 전 차관보) 법무부의 이번 조치는 북한과 관련해 첫 번째가 아닙니다. 미국 정부는 대북정책과 관련해 항상 범정부적 접근법을 택해 왔습니다. 북한과 관련한 조치들을 조율하는 다양한 부처들이 있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부처들이 있습니다. 재무부는 제재와 관련한 권한이 있고 미 애국법에 따른 권한이 있습니다. 법무부만의 권한이 있고 국무부도 국무부만의 역할이 있습니다. 대북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다양한 미국 내 부처들은 고유의 권한들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캠페인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과거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부에 근무했을 때와 비교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 강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글레이저 전 차관보) 솔직히 얘기하자면 이란 혹은 북한과 관련해 최대 압박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 한 번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나 부시 행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데 굉장히 진지하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슬로건이라는 점 이외에 말입니다. 대북 압박이 커질 때가 있고 약해질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악용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고 북한의 미국 금융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진지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북한에 의해 악용되는 것을 보호하고, 북한이 미국 금융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진지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최대 압박은 북한과 같은 나라가 국제금융체제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 알아내 목표로 삼고, 압박을 가하는 ‘똑똑한 제재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글레이저 전 차관보) 현재 북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압박을 유지하고 또 압박을 증가시켜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북한이 금융시스템에 접근하는 방법들을 규명하고 그 방법들을 차단해야 합니다. 미국은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특정 시점에 중국과 역내 다른 나라들의 강력한 협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 것이야말로 북한을 아프게 하는 최대 압박 캠페인이 될 겁니다.

대니얼 글레이저 전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로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제재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카니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