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O “북한 주민들 식량 불안 만연”

북한의 작황과 식량안보 조사를 위해 파견된 유엔 식량농업기구 실사단 (자료사진)

유엔은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이 불규칙한 자연재해와 신종 코로나 사태 등으로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 내 많은 주민이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지 못하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산하 세계정보.조기경보국(GIEWS)은 올해 과도한 강우량 등 불규칙한 자연재해에 따른 식량 불안이 북한 내 많은 사람에게 만연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GIEWS는 2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곡물 수확 시기에 불규칙한 강우량 등으로 인해 북한의 곡창지대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지금은 올해 4월과 6월 파종한 쌀과 옥수수, 소량의 콩과 감자 등 농작물 수확이 끝나가는 시점이지만, 4월에는 평균치를 밑돈 강우량으로, 또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사이 내린 눈의 양도 적어 농사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또 농작물이 성숙하는 시기인 8월부터 9월 초에는 장마와 홍수, 연속된 폭우와 태풍이 강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수확을 한 달 정도 앞둔 지난 8월, 원격감시 시스템에 따르면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의 지표면 토양습도가 지난 10년 새 최고치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정확한 곡물 피해를 측정할 수는 없지만 과도한 토지 습기는 수확을 앞둔 농작물 발육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보고서는 홍수의 영향을 받지 않은 지역에 한해 올 겨울 농작물인 밀과 보리 파종 작업에 빗물이 관개용수로 사용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자라는 밀과 보리는 통상 10월과 11월 파종에 들어갑니다.

보고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인명 피해와 가옥과 사회기반시설에 영향을 준 홍수, 태풍까지 맞물리면서 식량안보에 취약한 북한 인구가 더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추수 후 논관리를 하는 북한인들 (자료사진)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낮은 식량섭취량과 다양하지 못한 식생활로 고통 받고 있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 대니엘 워츠 국장은 26일 VOA에,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많은 북한 사람에게 식량안보는 분명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워츠 국장] “People who have been affected by typhoons and floods, or whose livelihoods have been impacted by the prolonged border closure, will likely face additional hardship in the near-term future even if sufficient food is available in the markets.”

시장에서 충분한 식량을 구할 수 있다고 해도 태풍과 홍수에 영향 받거나, 장기화한 국경 폐쇄로 생계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향후 가까운 시기에 추가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워츠 국장은 북한이 국내 생산과 수요 격차를 메울 만큼의 식량을 중국에서 들여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워츠 국장] “Imports into North Korea have been reduced to a bare minimum since July, due to concerns over COVID. I think it's possible that current restrictions will continue at least until the Party Congress in January, given the political importance of that event.”

신종 코로나 우려로 지난 7월 이후 대북 수입이 최저치에 머물러 있고, 국경 봉쇄 조치가 적어도 내년 1월 당 대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식량 상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의 김관호 책임연구원은 북한 주민 10명 가운데 4명 정도가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배급제에 의존하는 취약계층의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 연구원] “하루 성인 기준 (공급배급제 양이) 600그램에서 350그램 정도로 줄어든 상태거든요. 농어촌 지역에 돈도 없고, 식량도 없는 주민, 이런 전량 세대가 늘어나고 있고.”

김 연구원은 2017년 기준 북한의 농가 인구는 8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7% 정도를 차지할 만큼 농업은 북한 주민의 식량 공급을 책임지는 매우 중요한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전 세계 전염병 여파와 8월부터 9월 초까지 이어진 홍수와 태풍으로 인한 곡창지대 피해는 식량 공급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