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국제 식량가격 상승, 북한 파급효과 제한적"

지난 2017년 12월 북한 청진의 장마당. (자료사진)

국제 식량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지만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장기간 국경을 봉쇄한 데다 식량 등의 대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9일 발표한 ‘4월 세계식량국가지수’에서 지구촌의 식량 관련 품목이 대부분 오름세를 지속했다고 밝혔습니다.

식량 관련 24개 주요 품목에 대한 식량가격지수가 전달보다 1.7% 오른 120.9 포인트를 기록했으며, 특히 곡물 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상승한 125.1 포인트를 기록했다는 겁니다.

아울러 북한에서 ‘사탕가루’로 불리는 설탕과 식용유 등 생필품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4월 설탕 가격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58.2%가 상승했는데, 브라질의 사탕수수 수확 지연과 프랑스의 냉해에 따른 공급 부족, 브라질의 헤알화가 미국 달러에 강세를 보이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설명입니다.

식용유(유지류)도 전달보다 1.8% 상승한 162포인트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거의 100% 올랐습니다.

FAO는 팜유의 경우 주요 수출국의 생산량이 예상보다 적었고, 대두유와 유채씨유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국제 쌀 가격은 전달보다는 다소 하락했지만 역시 평년 수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쌀 가격지수는 2016년 91.4포인트, 2019년 101.5포인트 수준이었지만, 작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에 따른 갑작스런 수요 증가와 2019~2020년의 생산 감소 등 복합적 요인으로 4월까지 110포인트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주요 쌀 수출국인 태국은 올해 1월 쌀 가격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가 올랐고, 한국은 3월 국내 쌀 산지 가격이 20kg 기준 5만 4천 원, 미화 48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8%가 올랐습니다.

북한에서 ‘강냉이’로 불리는 옥수수 가격도 미국의 적은 파종 면적,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작황 부진 등으로 전달에 비해 5.7%,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7%가 올랐습니다.

이런 높은 국제식량가격이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는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의 장기적인 국경 봉쇄로 당장 미칠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조지타운대학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12일 VOA에, 북·중 교역이 현재 거의 없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re's probably not much of an impact. Since they're not trading, there's no real vehicle for that transmission to take place,”

국경 봉쇄가 풀리면 식료품 수입에 대한 회사들의 부담이 다소 증가할 수 있겠지만 당장 받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또 북한 내 물가는 국제 공급이 아닌 자체 수요와 공급으로 거의 결정되기 때문에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김영훈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의 국제사회 의존도가 낮고 수입 여력도 거의 없어 국제 식량시장의 변동이 북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훈 선임연구위원] “(파급이 있으려면) 북한이 식량 수입을 많이 하거나 국제적인 대북 식량 지원이 굉장히 커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지금 식량을 의존하는 게 국제사회의 지원이나 국제사회로부터 상업적 도입에 크게 의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돈이 없어 많이 사지 못하고 국제사회가 대북 지원을 급격히 낮춰서 지금은 원조량이 많지 않습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9년에 9천 600만 달러의 곡물을 수입했지만 지난해에는 국경 봉쇄 여파 등으로 수입량이 매우 미미했습니다.

대신 식료품은 꾸준히 수입해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식용유 8천만 달러, 밀가루와 전분 3천 900만 달러, 설탕 3천 200만 달러어치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달 자료에서 올해 북한의 쌀 생산량을 도정 후 기준 136만t으로 전망하며 부족분 15만t을 수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김 위원은 그러나 북한 전체 식량 소비량에 비하면 이런 규모는 대단한 게 아니라며, “북한 경제가 아무리 열악해도 그 정도는 수입할 여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신 식료품의 국제가격 상승은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훈 선임연구위원] “조금 영향을 받고 있겠죠. 아무래도 달러가 부족한데 식용유, 설탕 등이 두 배로 오른다면 영향은 조금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반드시 필요한 식량이 아니라 기호품에도 들어가기 때문에 약간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품목들입니다. 충분히 충족할 만큼 도입을 할 수 없는 것에 따른 고통 정도가 약간 증가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식량 사정을 좌우하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 겁니다.”

김 위원은 그러나 북한의 지난해 곡물 생산량이 전년보다 많이 감소했고, 국경 봉쇄 등으로 비료 수입도 적어 올해는 식량 사정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11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주민들과 생필품을 수입하는 기업소 모두 국내 안팎의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설탕과 조미료, 식용유 등은 국경 봉쇄 이전보다 가격이 몇 배에서 최대 수십 배가 오르고 일부 제품은 구하기 힘들며, 정부의 지원 없이 생필품을 자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기업소들도 국경 봉쇄와 중국 내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의 ‘데일리 NK’ 등 대북 매체들은 지난 3월 기준으로 북한 회령에서 ‘맛내기’로 불리는 조미료와 설탕, 밀가루 가격이 국경 봉쇄 전인 지난해 1월과 비교해 각각 33배, 8배, 5배 이상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콩기름 5리터 한 통에 미화로 30달러까지 올라 중국이나 국제 시세보다 몇 배나 높다”며, “주민들이 사는 게 말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그러나 12일 ‘우리가 리상하는 공산주의’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세상에 부럼없는 인민의 리상사회를 건설하기 위하여, 공산주의를 향하여” 지도자 영도 아래 전진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