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미국에서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한 해였습니다. 북한은 바이러스 차단을 이유로 연초부터 국경을 전면 봉쇄한 채 외부와의 인적, 물적 교류를 사실상 중단했고, 이로써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이끌려는 미국과 한국의 움직임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VOA는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분야 별로 돌아보는 다섯 차례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북한이 취한 전례 없는 국경 봉쇄 조치에 대해 살펴봅니다. 함지하 기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던 올해 1월, 북한은 국경 전면 봉쇄라는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취합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최선의 선택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해 바이러스가 침습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선제 차단, 봉쇄해 감염 통로를 완전히 막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과 중국, 그리고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육로와 항로가 전격 차단되고, 이후 일부 완화되긴 했지만 열차 운행과 선박 운항도 중단되거나 대폭 감소했습니다.
또 북한에 주재하던 외교관들과 국제기구 직원들이 대거 북한을 빠져나가고, 북한 당국도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 등 북한의 외부 세계와의 단절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이뤄졌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는 북한의 대외교역, 특히 경제 부문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중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3월 수출과 수입액은 각각 61만6천 달러와 1천803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모두 20년 전으로 후퇴한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두 나라 무역액은 4월과 5월에 접어들면서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7월 북한이 또 한 번의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발표하면서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결국 가장 최근인 10월과 11월 두 나라 무역액은 각각165만 달러와 127만 달러로, 두 달 연속 역대 최저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밖에 일부 언론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내 상점들에서 주요 생필품이 사라지고, 북한 원화의 미 달러 환율도 급격히 하락했다고 보도하는 등 외부에서도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또 공식 기록에 잡히지 않는 북한의 석탄 수출과 유류 수입 역시 최근 중단된 정황이 민간 위성사진 등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이미 깊어진 북한 경제의 다른 부정적 요소에 뒤이어 발생한 형태로 닥친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입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We talk about the specific impact of pandemic…”
전염병이 북한 경제에 미칠 구체적인 영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현 상황은 이미 제재로 경제가 크게 추락한 뒤에 일어난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제재로 인해 이미 충격을 받은 북한 경제가 또 한 번의 충격을 받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의 여파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2018년부터 외부 교역이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축소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미 후퇴한 북한 경제를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또 한 번 떨어뜨렸고, 여기에 더해 올해 여름 태풍과 홍수 등 자연재해까지 경험하면서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북한은 올해 8월 집중호우로 인해 곳곳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고, 업친데 덥친 격으로 9월에는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강타해 최악의 자연재해 피해를 입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VOA에 북한이 신종 코로나 사태 전부터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3중고에 시달리게 된 북한 경제가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And then they got hit by the pandemic on top of that…”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북한 경제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경제가 더 생산적이고 자립적이어야 하고, 수입품을 국내산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기존의 문제에 새롭게 해결해야 할 사안까지 겹쳤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서 북한 경제 전반에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생산 분야와 무역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관련인들의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또 노동자들은 이런 여파로 실업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제재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7년까지만 해도 수출을 통해 연간 25억 달러, 또 해외 노동자들과 관광수입으로 각각 5억 달러와 2억 달러 등 연간 약 30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돼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이 액수가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북한이 3중고를 겪으면서 잃은 외화 수입만 수 십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이후 취해진 북한의 강도 높은 ‘국경 봉쇄’ 조치는 국제사회 제재, 그리고 자연재해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으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국경 봉쇄는 비단 경제 분야에서만 관측된 현상은 아니었습니다.
북한은 올해 국경을 막는 등의 물리적 조치 외에도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을 최소화하고, 정치적으로도 외부와의 교류를 거부하는 자세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미국 정부는 전염병 대응에 취약한 나라들에 인도적 지원을 제안하며, 여기에 북한도 포함시켰습니다.
지난 3월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아시아 언론들을 상대로 한 전화브리핑에서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북한에 직접 지원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From early on, when it became apparent that the North Koreans were likely to have a challenge, we've offered assistance. We've done that through the World Food Bank. We've done it directly.”
미국은 북한이 도전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명백해진 초기부터 지원을 제안했으며,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를 통해서, 그리고 직접적으로 이런 제안을 했다는 겁니다.
이후 미국은 몇 차례 더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북한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으며, 올해 11월엔 국제 인도주의단체들의 대북 제재 면제 품목을 확대하고 면제 기한을 1년으로 연장하는 조치에도 주도적으로 나섰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움직임에 화답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보였습니다.
또 올해 초엔 한국의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의 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상간 만남 방식인 ‘톱 다운’ 외교가 다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녹취: 정의용 전 실장] “김정은 위원장 생일에 대한 덕담을 하면서 그 메시지를 문 대통령께서 김정은 위원장께 꼭 좀 전달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하셨고..”
당시 미국의 전문가들은 생일 축하 메시지에 대해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의 동력을 이어가려는 노력이라고 분석했지만, 올 한 해 미국과 북한 사이엔 어떤 대화 자리도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남북관계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볼 수 있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난 6월 한국 내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적으로 폭파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16일 14시 50분 요란한 폭음과 함께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비참하게 파괴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민간단체에 따르면 올해 현지 지도 등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2012년 집권 이래 최저 수준인 53 차례에 그쳤습니다.
이는 김 위원장이 가장 활발한 공개 행보를 보였던 2013년 기록한 212차례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고, 지난해 85차례와 비교해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코로나 사태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내일은 네 번째 순서로 올 한 해 남북관계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