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6개월을 맞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동맹관계 재정립과 강경한 대중국 정책이 특징으로 꼽힙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미-북 대화 재개를 통한 북 핵 문제 해법 찾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요, 함지하 기자가 지난 6개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짚어봤습니다.
지난 6개월 간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었습니다.
취임 연설에서부터 “다시 한 번 전 세계와 관여하겠다”고 공언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정’에 복귀하고,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회담에 나서는 등 굵직한 외교과제들에 다시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동맹을 압박했던 전임 행정부와는 대조되는 행보입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과 기후 위기, 핵 확산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이런 도전들은 국가들이 함께, 그리고 공동으로 협력할 때만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Challenging will only to be solved by nations working together, and in common. We can't do it alone. We must start with diplomacy, rooted in America's most cherished democratic values: Defending Freedom, championing opportunity, upholding universal rights, respecting the rule of law and treating every person with dignity.”
이런 가운데 인도태평양 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외교안보 정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힙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취임 후 처음으로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상대는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였습니다. 또 다음달인 5월에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대해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첫 해외순방지로 일본과 한국을 택하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과 일본의 안보실장을 미국으로 초청한 것도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를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해법을 설명하던 중 이 같은 방문들이 우연이 아니었다며,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도구는 전 세계에서 미국이 갖고 있는 동맹과 파트너십이라는 유례없는 시스템”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프라이스 대변인] “One of the most important tools we have is the unprecedented system of alliances and partnerships that we have around the world. And when Secretary Blinken took his first overseas travel, it was not an accident that he went to Japan and the Republic of Korea. It has not been an accident that some of the first visitors to the White House have been the Prime Minister of Japan, the president of Korea. We have invested heavily, and we will continue to invest heavily in these alliances.”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이 동맹에 매우 많은 투자를 했다며, 앞으로도 많은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취임 초부터 인도태평양 지역을 챙기며 공을 들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는 중국에 대한 견제 측면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자세는 바이든 행정부 외교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꼽힙니다.
지난 3월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8대 외교과제’를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동맹관계 복원과 민주주의 회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등과 함께 단일국가로는 유일하게 ‘중국과의 관계 복원’이라는 항목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중국 문제를 “21세기 가장 큰 지정학적 시험”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Several countries present us with serious challenges, including Russia, Iran, North Korea. And there are serious crises we have to deal with, including in Yemen, Ethiopia, and Burma. But the challenge posed by China is different. China is the only country with the economic, diplomatic, military, and technological power to seriously challenge the stable and open international system – all the rules, values, and relationships that make the world work the way we want it to, because it ultimately serves the interests and reflects the values of the American people.”
러시아와 이란, 북한 등 여러 나라가 미국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고, 예멘과 에티오피아, 버마(미얀마)를 포함한 나라들은 미국이 다뤄야 하는 심각한 위기지만, 중국의 도전은 이들 나라들과 다르다는 겁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은 경제와 외교, 군사, 기술적 역량이 있는 유일한 나라로, 안정되고 개방된 국제체계에 심각한 도전을 야기한다”면서 중국과의 관계는 상황에 따라 경쟁적이고 또 협력적일 수 있지만, 적대적일 때는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여러 부처들을 동원해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으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나 미국, 호주, 일본, 인도의 4개국 협의체 ‘쿼드’ 등 국제무대에서도 연일 중국에 대한 발언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해결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출범 하루 전인 1월19일 열린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블링컨 당시 국무장관 지명자의 발언입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I think we have to review and we intend to review the entire approach and policy toward North Korea because this is a hard problem that has plagued administration after administration…”
북한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법과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겁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은 미국의 행정부들을 괴롭혀 온 어려운 문제이고 실제로 더 나빠진 문제이기도 하다며, 북한이 기본적으로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데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이 발언 이후 행정부 내 여러 부처는 물론 한국과 일본 등 동맹, 전임 행정부 당국자 등이 참여하는 대북정책 검토에 나섰습니다.
이후 약 3개월 후인 지난 4월30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북정책 검토가 끝난 사실을 확인했는데, 새 정책에는 `세심하게 조율되고, 실용적'이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녹취:사키 대변인] “Our policy will not focus on achieving a grand bargain, nor will it rely on strategic patience. Our policy calls for a calibrated practical approach that is open to and will explore diplomacy with the DPRK, and to make practical progress that increases the security of the United States, our allies and deployed forces."
사키 대변인은 미국의 (대북)정책은 일괄타결(grand bargain) 달성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고, 이를 모색하는 세심하게 조율된 실용적 접근법(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을 요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북한 측과 접촉을 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접촉 시도가 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를 통한 북 핵 해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은 큰 윤곽만 드러났을 뿐, 구체적인 정책 방향 등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북한 측에도 새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 측이 응답하지 않으면서 두 나라의 교착 상태는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공’이 북한 쪽에 넘어가 있다면서, 지금의 교착 상태는 북한이 외교에 복귀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5월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북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은 북한이 실제로 관여하기를 원하는지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문제는 '과연 북한도 그럴까?'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