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 등 외교와 안보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있어 논란입니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볼튼 전 보좌관은 이후 북한 문제 등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지금의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볼튼 전 보좌관이 어떤 인물이고, 북한과 관련해 어떤 시각을 노출해 왔는지,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볼튼 전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줄곧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 등 요직 물망에 올랐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자주 시청하는 ‘폭스 뉴스’에 출연한 볼튼 전 보좌관을 측근들에게 언급하며, 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볼튼 전 보좌관은 국무장관에 렉스 틸러슨 당시 엑손모빌 회장이 지명되고,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도 마이클 플린 전 보좌관과 H.R. 맥매스터 전 보좌관이 기용되면서 트럼프 행정부 입성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민간인 신분인 볼튼 전 보좌관과 여러 차례 만나며 정책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등 그를 신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용이 일부 공개된 볼튼의 회고록에는 그가 2017년 12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 문제를 상의한 대목이 나옵니다.
이 때 볼튼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선제공격이 왜, 그리고 어떻게 가능한지를 설명했다고 기술했습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안보와 외교 부문에 대해 조언했던 볼튼 전 보좌관은 결국 1차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약 2개월 앞둔 2018년 4월 맥매스터 전 보좌관의 후임으로 백악관에 들어갑니다.
볼튼 전 보좌관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시각을 가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18년 초 미-북 대화가 추진될 때는 북한이 핵 개발을 위해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한국 정부의 북 핵 문제 해법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국가안보보좌관 지명 약 2개월 전인 2018년 2월 볼튼 전 보좌관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대화 제안은 선전 전략의 연장선”이라면서,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하면서 동시에 모든 대화로부터 이득을 얻어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볼튼 전 보좌관] “Well, I think the offer to talk is simply a continuation of their propaganda strategy…”
볼튼 전 보좌관의 강경한 대북관은 국가안보보좌관이라는 공식 직함을 지닌 상황에서도 자주 노출됐습니다.
임명 한 달 뒤인 2018년 5월 볼튼 전 보좌관은 VOA에 북한과 싱가포르에서 만나 비핵화 논의를 넘어 생화학무기 폐기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볼튼 전 보좌관] “we’re not really asking them on the nuclear side to do more than what they agreed to before. We’re also going to talk about chemical and biological weapons, we’re going to talk about their missiles…”
미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미 과거 북한이 폐기를 약속한 핵에 대해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화학과 생물 무기에 대해 논의할 것이고, 미사일에 관해 대화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런 볼튼 전 보좌관이 눈엣가시로 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던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담화를 통해 “국가안보보좌관 볼튼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 관리들이 ‘선 핵 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리비아 핵 포기 방식 등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북한의 비난은 계속됐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발언을 문제 삼아 1차 정상회담을 취소하기까지 합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미-북 정상이 만났지만, 볼튼 전 보좌관은 북한에 대한 시각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 배경에 볼튼 전 보좌관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습니다.
당시 볼튼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에 ‘노란봉투’를 들고 배석했는데, 이 봉투 안에 미국이 북한에 대한 비핵화 요구사항을 담은 ‘빅딜’ 문서가 들어있었다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넘은 모든 핵 시설과 대량살상무기(WMD) 해체 등을 담은 미국의 ‘빅딜’에 반발했고, 회담 결렬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후 북한과의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볼튼 전 보좌관 사이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한 예로, 지난해 5월 볼튼 전 보좌관은 당시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해석을 내렸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나는 다르게 본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때는 실무 최전선에 있어야 할 볼튼 전 보좌관이 한반도 대신 몽골로 향하는 모습이 관측됐습니다.
결국 볼튼 전 보좌관은 같은 해 9월 전격 경질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 문제에 대한 볼튼 전 보좌관의 이전 발언을 문제 삼으며 그를 비난했습니다. 당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He made some very big mistakes when he talked about the Libyan model for Kim Jong Un. That was not a good statement to make.”
볼튼 전 보좌관이 김정은에 대해 ‘리비아 모델’을 거론한 것은 매우 큰 실수였고, 좋지 않은 발언이었다는 겁니다.
반대로 볼튼 전 보좌관은 백악관을 나온 이후 언론 인터뷰와 토론회 등에 참석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했습니다.
또 북한에 대해서도 어느 시점 ‘군사력 동원’을 선택지로 고려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볼튼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23일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에 이 책의 출간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이미 내용이 상당 정도 공개된 점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볼튼 전 보좌관이 국가안보 사안을 놓고 “도박을 벌였고,” 그가 직무상 취득한 정보에 대한 비밀 유지 계약을 위반했다고 판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