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중국, 사드 문제로 한국 성공적 압박...미한동맹 훼손 수단”

미군이 한국 성주에 배치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한국 배치에 계속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물리적 위협 때문이 아니라 한국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는 외교 전략의 일환이라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군사 전문가이자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을 제어하는 데 실패한 중국이 한국은 성공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사드의 역량과 정치적 파장을 분석해 온 베넷 연구원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기술적 측면에서, 중국이 사드 시스템을 우려할 만한 이유가 있습니까?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베넷 박사) 미국이 처음 사드 미사일 방어 체계를 한국에 배치하려고 논의할 때 중국은 즉각 반대 입장을 내놨습니다. 당시 중국 지도부의 일부 보좌진이 사드를 중국 공격이 가능한 방어용이자 공격용 시스템으로 잘못 묘사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런 분석은 맞지 않습니다. 사드의 사정거리는 200km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드는 한국 남쪽 지역에 배치됐기 때문에 중국은 고사하고 북한에도 닿지 않습니다. 또한, 방어용 측면에서 봐도 중국은 당초 사드가 일본을 향해 쏜 중국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불평했지만, 사드의 최대 요격 고도는 150km에 불과합니다. 일본을 겨냥해 날아가는 중국의 탄도미사일 고도에 한참 못 미칩니다.

기자) 미-한 양국이 그런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렸어도 중국은 계속 반발해왔는데요. 사드의 엑스(X)밴드 레이더를 특히 문제 삼았고요.

베넷 박사) 중국 지도부가 국내 “전문가”들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들은 불만의 화살을 사드 레이더로 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드 레이더는 사거리가 매우 긴 초지평선(OTH·Over The Horizon) 탐지 레이더이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 영토 상당 부분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논리였죠. 하지만 이는 잔뜩 부풀려진 주장입니다. 사드 레이더의 탐지 각도는 90도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의 목적은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막는 것이므로 레이더가 북쪽을 향하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설령 탐지 거리가 길다 해도 중국 대부분의 지역은 배제됩니다. 이론상 중국 북동부 지역을 볼 수도 있겠지만 미국은 자진해서 레이더 탐지거리를 600km로 제한했습니다. 사드 배치 지역에서 중국 국경까지의 거리로 맞춘 겁니다. 게다가 미국은 항공기와 위성을 포함해, 중국 북동부 동향을 관측할 수 있는 많은 감시 시스템을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기자) 물리적 위협이 되지 않는데도 중국이 사드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이유는 뭘까요?

베넷 박사) 중국은 근거 없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구실로 사드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비효율적인 정보 작전은 많은 한국인을 중국의 속임수에 넘어가게 했습니다. 중국은 50~100년 안에 세계 패권 국가가 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시진핑 주석이 2017년 10월 중국 공산당 19차 당 대회에서 2049년까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연설한 것을 고려해, 앞으로 29년 남은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습니다. 세계 패권국가로서 중국은 전 세계를 자기 뜻대로 움직이고 싶어 할 것이고, 그런 뜻에 따르지 않는 국가들을 강력히 처벌하길 원할 겁니다.

기자) 중국의 전략이 한반도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십니까?

베넷 박사) 중국이 역내 패권부터 증명해야 하는데, 심지어 북한에도 그런 압박을 성공적으로 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모순적인 상황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한창 급속도로 확산할 때 중국인들의 입국을 막지 않은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만약 중국이 사드를 한국에서 철거시킨다면 미-한 동맹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고 중국은 그런 일이 일어나길 매우 바랄 겁니다.

기자) 중국은 한국의 사드 장비 반입에 대해 두 나라 간 사드 관련 합의를 준수하라고 했는데, 합리적인 요구라고 보십니까?

베넷 박사) 중국은 한국에 심각한 경제적 조치를 다시 취할 수도 있습니다. 2017년 ‘한-중 사드 합의’ 이후에도 중국은 사드 배치에 반발해 한국에 가한 경제 제재를 완전히 끝내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당 기간 한국에 대한 제재를 풀지 않았고 일부는 아직도 남아있는 것으로 압니다. 중국이 2017년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서 한국에 ‘한-중 사드 합의’를 위반했다고 불평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사드 관련 일부 장비를 교체하는 것은 더더욱 위반이 아닙니다. 이처럼 중국은 패권 국가가 되려고 하고, 한국이 중국의 이런 행동에 길들기 시작하면 한국은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한국은 중국의 경제 압박에 강력히 맞설 수 있고,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을 대중 수출에 의존하게 만들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전략을 사용해 온 것으로 보이니까요.

기자) 중국의 추가 보복 가능성도 있는데, 한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습니까?

베넷 박사) 한국은 중국에 대해 수 세기에 걸친 경험이 있습니다. 중국의 국력이 강해져 한국으로 확대됐을 때 한국은 어떤 일을 겪었습니까? 중국이 한국과 관련해 더 나은 행동을 할 것으로 믿을 만한 이유가 있습니까? 중국은 지배력과 통제를 강화하려는 장기적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의 국력이 어느 때보다도 훨씬 강력해진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 견해를 개발해야 할 때입니다.

기자) 중국의 그런 전략 속에서 한국은 미국의 중국 압박 전략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는데요.

베넷 박사) 미국도 진퇴양난 상황을 마침내 인식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2주 전 중국의 잘못된 행동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밝혔고요. 한국은 한때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자유 시장의 원칙이 중국에 적용될 것으로 상정했지만, 롯데가 (사드 보복으로) 중국에서 겪었던 일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미국이 중국의 잘못된 행동에 맞서기 위해 동맹을 불러모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중국의 영향력을 그동안 너무 많이 허용해온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로 인해 대가를 지불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른 어떤 선택이 남아 있겠습니까?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부터 사드 시스템이 중국에 미치는 기술적 영향과 사드 배치에 반발해 온 중국의 전략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