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들 "남북 통신선 복원, 긴장 완화 도움…북한 경제난이 주요 배경"

27일 한국 파주 통일전망대에 지난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사진이 전시돼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남북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조치의 주요 배경으로는 심각한 북한 경제난을 꼽았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뉴욕타임스’는 14개월 간의 긴장 상태 끝에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외교가 결렬된 후 냉각됐던 남북 관계가 풀리는 신호라고 해석했습니다.

신문은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했다며, 이 같은 노력의 우선 순위 가운데 하나가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새로운 법을 제정했고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에 싱가포르 미-북 공동성명에 기반을 두도록 촉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신문은 북한 내부 상황도 지적했습니다.

국제 제재로 이미 심각한 영향을 받은 북한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또 다른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의 이병철 교수는 이 신문에 ‘심화되는 경제난이 북한으로 하여금 통신연락선 복원에 나서도록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한국과의 통신연락선을 차단하고 개성에 있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13개월 만에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에 합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올해 북한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이 북한 정권을 미국이나 한국과의 대화에 복귀하도록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종 코로나 대유행 여파로 북한이 국경을 폐쇄하고 주변국과의 무역을 끊으면서 제재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더욱 악화됐다는 겁니다.

신문은 하지만 북한이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합의했지만, 5년 임기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교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이 신문에 문 대통령이 남북간 경제 협력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에는 늦었다고 하더라도 차기 대통령이 외교를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북한이 통신연락선 복원에 동의한 배경으로 경제난을 들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을 최악의 위기라고 지칭했듯이 북한은 현재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겁니다.

신문은 또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국경 봉쇄와 식량 부족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신문은 김정은 정권의 움직임이 다시 외교를 준비하는 신호일 수 있다면서, 비핵화 협상을 통하지 않고서는 북한의 경제를 억누르는 제재를 풀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AP 통신’은 ‘남북이 잠자던 통신연락선을 통해 다시 대화하고 관계 회복에 합의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조치가1953년에 한국전쟁을 중단하는 정전협정에 서명한 상징적인 날에 이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작은 첫 번째 조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조만간 한국과의 협력 프로그램을 되살리거나 미국이 주도하는 핵 협상에 복귀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통신은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협상이 재개되면 미국에 양보를 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남북 정상이 한국 전쟁 정전협정 68주년 기념일에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진 핵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정부 북한정보 분석관을 지낸 이민영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통신에, 북한이 통신연락선 복원을 공식 인정했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국과의 외교를 일부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통신연락선 복원이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