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트럼프 대통령 코로나 확진…대선 정국 막판 변수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월터리드 군병원에 도착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가벼운 증상만을 보였지만 예방적 조처와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며칠간 병원 내 집무실에서 일할 예정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일정은 물론 유권자들의 표심과 대선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선 막판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32일 앞둔 1일,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이라는 초대형 변수가 생기면서 미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증세가 “경미한 수준”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메도스 비서실장] “The president does have mild symptoms…”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은 유세 일정은 물론 표심과 심지어 대선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선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확진 직전까지 경합주를 중심으로 하루 2~3곳에서 유세를 하는 등 숨가쁜 현장 방문 일정을 강행했지만 당장 격리 조치로 인해 남은 4주 간의 선거운동에 발이 묶였습니다.

당초 2일로 예정됐던 핵심 경합주인 플로리다주 유세는 취소됐고, 3일 위스콘신주, 5일 애리조나주 유세는 취소되거나 화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트럼프 캠페인 측은 밝혔습니다.

앞으로 남은 두 차례 대선 후보 토론회 일정도 불투명해졌습니다.

2차 TV토론은 오는 15일, 3차 TV토론은 오는 22일로 예정됐는데, 당장 2차 TV토론은 코로나 확진자의 최소 격리 기간이 14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료진이 그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격리를 해제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계속 뒤쳐지다가 최근 들어 격차를 조금씩 좁히는 상황에서 코로나 확진을 받아 선거전 막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평소 코로나 위기를 과소평가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마스크 착용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코로나 사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상황에서 정작 자신이 코로나에 감염됐기 때문입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첫 대선 TV 토론이 29일 클리블랜드 케이스웨스턴 대학에서 열렸다.

미국 선거 예측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직전 실시된 전국 여론조사에서 2일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평균 43.3%로, 50.7%인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여전히 7%포인트 안팎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다만,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은 막판까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뒤쳐졌지만 결국 예상을 뒤엎고 승리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여론조사와 다른 선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은 분명히 그의 선거전에 분명한 타격이지만, 이미 유권자 유권자 수 백만 명이 부자재 투표에 들어가는 등 막판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표심을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2일 VOA에, “대부분 미국인들이 이미 의사를 결정했다”며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는 이 시점에서 극히 소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Most of the American public already has their mind made up…”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은 “선거전의 내러티브를 다시 코로나로 바꿨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꽤 성공적으로 선거전의 초점을 코로나에서 ‘법과 질서’로 돌렸는데, 초점이 다시 바뀐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일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유세를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 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토드 벨트 조지워싱턴대학교 교수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문제가 점차 완화돼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은 “그의 지지자들 사이 이런 열광을 이끄는 역량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벨트 교수] “It really undermines…”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고위험군에 속하는 74세 고령의 나이인 데다가 건강 문제까지 있어 앞으로 한 주간 나타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증상도 선거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벨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건강 상태 악화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될 경우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지만 대선 후보 변경 등“선거 문제를 다루는 헌법상 체계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벨트 교수] “When it comes to elections, there are no constitutional mechanisms…”

전문가들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회복할 때까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신 선거 유세에 전면 나서는 등 앞으로 최소 2주간 펜스 부통령의 대외 역할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이 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 만큼의 ‘무대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