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제(13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내각 총리를 교체하고 전략무기 개발 주역인 리병철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했습니다.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수해까지 겹친 위기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린 쇄신인사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13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의 국무위원회 정령을 발표하고 당 중앙위원회 부서 신설과 인사 등 비교적 큰 규모의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북한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김덕훈을 신임 내각총리에 임명했습니다. 내각총리였던 김재룡은 당 부위원장 겸 당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 주역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김 신임 내각총리와 함께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뽑혔습니다.
이로써 북한 국정운영의 핵심이자 권력의 상징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김 위원장과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의 기존 3인 체제에서 신임 김덕훈 내각총리,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을 추가해 5인체제로 확대됐습니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5인체제로 구성한 것은 노동당 중심의 국가운영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사회주의 국가에선 노동당 중심이고 상무위원회 중심인데, 그래서 정상화하겠다고 해서 (김 위원장) 임기 초기엔 그런 모습들을 좀 보였어요. 그래서 다시 노동당에 힘을 싣는 게 있었는데 지금 또 북한이 2017년 이후엔 경제제재를 받으면서 그 체제 자체가 잘 되진 않았죠. 그런데 이번에 다시 상무위원 5인체제로 간다는 것은 원래 생각했던 노동당 중심체제로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모습이 조금 읽힌다고 보이네요.”
북한 전략무기 개발에 공로를 세운 것으로 알려진 리병철은 지난해 말 군수담당 당 부위원장과 정치국 위원, 지난 4월 국무위원, 지난 5월 2014년 이후 공석이던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꿰찬 데 이어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고속 승진을 하며 권력의 핵심에 우뚝 섰습니다.
리병철의 상무위원회 진입은 북한이 현재 한반도 정세를 지켜보면서 한국과 미국을 자극하는 군사적 도발을 삼가고 있지만 핵과 미사일을 중심으로 국방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교수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김정은 핵심 측근으로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핵심적 역할을 했고 지금도 그 역할을 계속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리병철을 상무위원으로 임명한 것은 결국 핵 개발에 대해서 아직도 강력한 추진 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김재룡이 내각총리직에서 해임된 배경과 관련해 정령은 “국무위원회가 내각의 경제조직사업 능력을 분석 평가한 것”이라고 밝혀 외관상 조직개편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그리고 수해까지 겹친 ‘삼중고’ 속에서 북한이 연초 설정한 경제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이를 수습하고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의 인사라는 관측입니다.
김덕훈 새 내각총리는 북한 간부 진영에서는 상당히 젊은 59세로 김 위원장의 신임이 두터운 엘리트 경제관료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대안전기공장 지배인에서 자강도 인민위원장, 내각 부총리 등을 거쳤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입니다.
[녹취: 홍민 실장] “10월10일까지 (홍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최대한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게 목표로 설정이 됐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에 김덕훈을 발탁했다. 그런 측면에선 정책의 변경보다는 기존 정책 방향과 목표를 최대한 10월10일까지 마무리하고 당 창건 기념일을 성과적으로 빛내기 위한 하나의 카드로 보입니다.”
이번 인사에서 지난 2월 해임됐던 박태덕은 6개월 만에 당 정치국 위원과 당 부위원장 겸 부장으로 복귀했습니다.
박태덕은 지난 2월 김일성고급당학교로 추정되는 당 간부 양성기관의 부패로 정치국 위원과 당 부위원장, 그리고 당 부장에서 해임됐습니다.
박명순과 전광호는 당 중앙위 정치국 후보위원과 당 부장으로 임명됐고, 신임 함경북도 당 위원장에는 김철삼, 남포시 당 위원장에는 리재남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