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장비 반입을 또다시 문제 삼는 것은 미-한 관계를 훼손시키려는 ‘정치전’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워싱턴에서는 중국이 위협을 느낀다면 사드 배치의 원인을 제공한 북한을 압박하라는 주문이 많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에 대해 “사실을 호도하는 부당한 압박”이라며 날 선 비판을 가했습니다.
사드의 목적과 제한적 역량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목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 대신 이를 방어하려는 무기 체계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VOA에 “‘동맹이 한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성능이 뛰어난 최첨단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제공해야 하느냐’가 중요한 질문이 돼야 할 것”이라면서, “여기에 대한 대답은 ‘전적으로 그렇다(yes)’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 “The important question is should the alliance provide the best, most capable, and advanced missile defense system to protect the people of the Republic Of Korea. In my opinion the answer is absolutely yes.”
이어 “되풀이돼 온 중국의 주장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드 배치는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없었다면 필요치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한국 방어를 약화시키려고 하는 대신 북한의 비핵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겁니다.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 “This thematic has been used before by the Chinese and I do not expect it to change; the system is designed to defend the Republic of Korea and if there was not a nuclear and missile threat from the North Korea; may it would not be required. The Chinese should attempt to get NK to De-Nuclearize instead of try to lessen the defense of the Republic”
앞서 한국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지난달 28일 밤 성주 사드 기지에 사드 관련 장비를 육로로 반입했습니다. 한국군 당국은 이에 대해 운용 시한이 넘은 요격미사일과 일부 노후화된 장비를 교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중국은 즉각 “사드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중국의 이익을 해치지 말고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방해하지 말라”고 촉구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중국의 사드 반대는 미국과 한국의 방어 시스템 배치 결정을 뒤집으려는 중국의 지속적인 노력과 일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Beijing's statement of opposition to the deployment of THAAD in the ROK is no surprise and is in keeping with China's ongoing effort to press the U.S. and South Korea to reverse their decision to deploy the defensive system.”
그러면서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한국과 주한미군에 대한 점증하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배치된 것인데 중국은 자꾸 자국을 겨냥한 시스템으로 묘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The ballistic missile defense system has been deployed to deal with the growing North Korean missile threat against the ROK and U.S. forces in Korea, but Beijing continues to depict the system as somehow aimed at China.”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중국은 마치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사드의 철거만 계속 요구한다”며 “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진정으로 끝내고 싶다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없애는 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If Beijing is serious about ending the deployment of THAAD in the ROK, the surest way to do so is to use its leverage to end North Korea's missile threat. Yet, China continues to demand the system's removal as if the North Korean threat does not exist.”
그동안 미-한 두 나라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중국 측에 사드의 최대 사정거리와 요격 고도, 레이더 탐지 범위 등을 설명하며, 중국을 겨냥하거나 감시권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 사드 배치에 강력하게 반대해 왔습니다.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은 “사드 레이더가 중국을 위협하지 않고 지구 곡률 때문에 중국의 이동 미사일을 탐지할 수 없다는 점을 중국 측에 설명하는 브리핑에 참여했었다”면서 “하지만 중국은 사실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 “I have participated in detail briefings to the Chinese explaining why the THADD radar is no threat to China and cannot track Chinese mobile missiles (due to curvature of the earth restrictions), but the Chinese are not interested in facts.”
실제로 사드 요격 미사일의 최대 사정거리는 200km, 최대 요격 고도는 150km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사드의 눈’이라고 불리는 엑스(X)밴드 레이더의 탐지 범위는 최대 1000km이지만 지구 곡률을 감안하면 유효 탐지 거리는 600km입니다.
코사 명예회장은 중국도 이를 알고 있다며, “중국은 처음부터 한국을 괴롭히기 위해 사드 배치에 이의를 제기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 “This comes as no surprise since the Chinese, disingenuously, have been protesting THAAD from the beginning in an attempt to bully the ROK.”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은 “중국의 이런 행동은 예견돼 왔다”면서 “대부분 사실로 밝혀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부실 관리로 인한 온갖 비난 속에서 미국에 비해 입지가 크게 약화됐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교수] “This is to be expected of China especially now because China feels in a very weakened position compared to the United States because of all the accusations, most of them proven about their poor handling of the COVID virus. That's why I think China is acting the way they are...But is this really something tha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wants to let China do? I hope not.”
벡톨 교수는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의 압박을 그대로 내버려 두기 원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드는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어 시스템일 뿐”이라며 “중국이 한국이나 미국을 공격할 계획이 없다면 방어 시스템에 대해 이토록 반발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교수] “THAAD is a defensive system. So all that THAAD is doing is preventing North Korea, not China, from firing missiles into South Korea or perhaps even the United States but they're there to protect South Korea. Now, why would the Chinese government be so upset about a defensive system? What possible reason would there be except that they want to have the option to attack? There is no other reason. So that I think this is just very poor nation state behavior on behalf of the government of the PRC.”
한편,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메아리는 지난달 31일 한국 국방부와 주한미군의 이번 사드 장비 반입과 관련해 “성주 주민들을 비롯한 각 계층은 국방부가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미군의 총알받이 놀음에만 미쳐 날뛰고 있다고 단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미-중 갈등을 악용하고 미-한 동맹에 문제를 일으키기 위해 사드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벌이는 정치전”으로 진단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연구원] “I think China is exploiting the current US-PRC friction and is using the THAAD issue as an attempt to create problems for the ROK/US alliance to create problems for the US. This is political warfare being conducted by the PRC.”
맥스웰 연구원은 “2017년 중국이 문재인 한국 정부에 요구한 것은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이번 경우는 추가 배치가 이뤄진 게 아니라 미사일 등을 교체한 것이고, 노후화한 장비 등의 교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연구원] “What I think China told Moon in 2017 was no additional THAAD deployment, which I interpret to mean additional launchers and batteries. Note this was not a deployment of any additional systems only a rotation and replacement of missiles that must be done periodically - the old ones must be serviced so they can be rotated again in the future.”
앞서 2017년 10월 한-중 두 나라는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 불편입, 한-미-일 3국 군사동맹 불가 등 이른바 ‘3불 원칙’을 합의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번 사드 체계 장비 반입을 중국 측에 사전에 알렸고, 이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았다”는 중국 측 반응까지 소개한 것은 한-중 사드 합의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2017년 합의를 언급했습니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를 강력히 반대하며, 중국과 한국은 이 문제를 단계적으로 다루는 것에 대한 명확한 합의를 갖고 있다. 한국이 양측 합의를 엄격히 준수하고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불합리하게 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중국 미사일 실험이 미국에 감시당할 것이라는 중국의 우려에 다소 불편을 끼친다 해도 우리는 여기에 대처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마이클 오핸론 연구원] “I feel China is simply unreasonable. We have a serious North Korean threat. We have to face it, even if it means some modest inconvenience to Chinese concerns about protecting their own missile tests from US eyes. That’s not why THAAD is there; it’s there to protect the South Korean people and South Korean as well as American troops from a threat that happens, by the way, to originate from a Chinese ally.”
오핸론 연구원은 “사드의 목적은 중국 미사일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동맹(북한)에서 비롯된 위협으로부터 한국민과 한국, 그리고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