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역내 안보와 세계 비확산 체제에 미치는 여파를 고려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비핵화 과정에 미-북 관계 정상화 논의가 포함될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했지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측 차석대표는 28일,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은 파키스탄 모델을 추구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이날 미국의 싱크탱크인 국가이익센터(CFTNI)가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 인정 여부’를 주제로 개최한 화상행사에서 이같이 밝히며, 북한은 결국 미국이 이를 수용할 것이라고 믿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역내 핵 군비 경쟁과 핵 확산 가능성 측면에 미치는 여파를 고려했을 때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북한 정권의 생존과 직결된 핵무기에 관해 ‘현실적’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더 의미있는 행동 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t's got to be a more meaningful path…Let’s ensure that North Korea gets the security insurance, so regime survival is no longer the key issue. Regime survival is baked into the relationship and into the agreements.”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에게 안전 보장을 제공해 정권 생존이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정권 생존이 양자 관계와 합의문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제재 해제와 경제 발전, 평화 조약, 관계 개선을 위한 행동 계획 등도 핵 협상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다만 미 행정부가 이 사안들을 ‘유연한 방식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도 인도에 실질적 핵 보유국 지위를 안겨준 미국-인도 간의 핵 협정 체결이 ‘매우 큰 실수’ 였다며 이를 다신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비핵화와 미-북 관계 정상화의 ‘점진적 조치’가 병행되는 비핵화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며, 이것이 표준적 접근 방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미 행정부가 평화 조약, 연락 사무소 설치 등 양국 관계 정상화 관련 조치를 과거에 비해 ‘좀 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I favor continued pursuit of denuclearization with incremental steps at denuclearization matched by incremental steps at normalization. I mean this is standard fare. The only thing that's not so standard is I think we have to get a little more serious about normalization than we have been.”
갈루치 전 특사는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 양자의 실무 측면에서 ‘상호적 조치’가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와 별개로 협상에 문제를 야기하겠지만 미-북 관계 정상화의 선행 조건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제시해야만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아울러 미-북 관계 정상화를 위해선 중국이 자신의 완충 국가가 없어지는 상황에 대해 ‘묵인’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카토연구소의 테드 갈렌 카펜터 박사는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 억지력을 포기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북 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당국에게 핵무기는 국제적 영향력과 힘의 측면에서 ‘중요한 자산’이며, 리비아 등 미국의 적대국 중 핵무기 비보유국의 정권 교체를 목격했기 때문에 핵 능력을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평가한 겁니다.
카펜터 박사는 비핵화가 점진적 관계 정상화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 양국 관계 정상화의 최종 결과물이 돼야 한다며, 미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이에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카펜터 박사] “But it has to be the end product of a normalization of relations with North Korea, rather than a demand, a precondition for the gradual normalization of relations. So essentially, U.S. policy has had the process backwards. I think we need to reverse that.”
카펜터 박사는 다만 이는 쉬운 작업이 아닐 것이며 많은 장애물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양국 관계가 완전히 복원된다 하더라도 비핵화 달성의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갈루치 전 북핵 특사도 미-북 간의 ‘진정한 관계 정상화’가 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지거나 북한 당국이 핵무기 비보유국의 이점이 상당하다고 여길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카펜터 박사는 하지만 미-북 간에 ‘약간의 신뢰 (a modicum of trust)’ 없이는 북한 당국이 핵 억지력을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면서, 양국 관계 개선 노력을 하루 빨리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차기 미 행정부는 북한 정부에 핵 선제 포기를 요구하는 접근법에서 벗어나 ‘훨씬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한편 미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미 행정부와 북한의 주변국이 계속 제재를 강화하고 북한의 군사력에 대응한다면, 북한이 궁극적으로 무기를 제거할 수 있도록 설득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앨리슨 교수] “If we and its neighbors continue tightening sanctions and countering military capabilities they develop, North Korea can be persuaded ultimately to eliminate all its weapons.”
또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 능력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북한이 괌이나 일본에 위치한 미국 기지 혹은 미국 본토에 핵 공격을 가할 가능성 등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이와 병행해 미 행정부의 대북 외교의 목표가 비핵화이며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거부할 것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명시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