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조성길 망명 북한 특권층에 영향...지도부 정당성 약화시켜"

7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 망명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망명이 북한 특권층에 깊은 울림을 줄 것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또 이러한 고위급 망명은 북한 지도부의 정당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의 지난해 7월 한국 망명이 확인된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특히 북한 특권층에게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7일 VOA에 “북한 특권층에게 한국에서 대안적인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연구원] “The more North Korean elites like this ambassador and like Thae Yong Ho defect and find an alternative life in South Korea, cumulatively over the long term it’s not a good thing for the regime because the regime is supported by the elite.”

또한 2016년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공사에 이어 조성길 대사가 탈북했고 앞으로 고위급 탈북이 계속 이어지면, 특권층의 지지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 정권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테리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특히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이후 북한 특권층이 장기적으로 안전하지도 못하고 자식들에게 혜택도 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망명을 고려하는 다른 특권층이 더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7일 VOA에 이번 조성길 대사 건과 같은 고위급 탈북은 일반 북한 주민들보다 국제 소식에 접근할 수 있고 북한 사회의 모순을 파악할 수 있는 특권층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26년 동안 외교관 생활을 한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북한 외교관들의 갈등이 클 것이라며, 자신이 영국에서 지내던 동안 북한 외교관들과 교류했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I sense that they knew that the propaganda they were relaying was propaganda that it was false. All diplomats have to say what their governments make them say, but in the case of North Korean diplomats their propaganda was so outrageous.”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북한 외교관들은 자신들의 발언이 단지 선전선동이며 거짓임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라며 “물론 모든 외교관들은 정부가 시키는 데로 말해야 하지만, 북한의 선전선동은 너무 황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다만 이미 조성길 대리대사가 2년 전에 자취를 감췄기 때문에, 북한 정권에 대한 충격파는 지금보다 그 때가 훨씬 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탈리아 로마의 북한대사관 입구.

역시 외교관 출신인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조성길 대리대사의 탈북으로 인한 “충격”은 이미 북한 당국이 소화했을 것이며, 최종 목적지도 꽤 오래전에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 소식이 당창건 75주년 기념에 앞서 특별히 새로운 문제나 압박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North Korean regime has had ample time to process and deal with the implications of this defection over the past two years, so it is unlikely that this revelation will create any new pressure or problem as the North celebrates the 75th anniversary of the party.”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다만 남북 관계 개선을 추진하던 한국 정부가 “지금 시점에 이 소식이 알려진 것이 언짢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외교관들이 느끼는 체제 모순과 관련해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특히 북한 외교관들은 해외에서 직면하는 현실과 정권의 주장을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정권의 거짓말도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이 고위급 탈북을 숨기려 해도 탈북한 당사자와 함께 일하던 특권층은 그 사실을 알 수밖에 없다고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특히 조성길 대사의 탈북이 “김정은이 한대 맞은 것”이며 “지도자로서의 그의 정당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It definitely could be considered a black eye for Kim Jong Un. It certainly undermines his legitimacy as the leader when someone so senior defects.”

맥스웰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앞으로 고위급 외교관들의 가족 동반 출국을 완전히 금지시키는 등 더 엄격한 통제를 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조성길 대사를 탈북하도록 조장하거나 강압하고, 심지어 납치했다고 주장하며 압박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특히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코로나와 경제 제재, 홍수 등 삼중고에 더해 고위급 탈북 소식까지 밝혀져 김정은 정권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