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참석…“코로나 사태 의식한 민생 행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북한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지난달 말 이후 연이어 군 부대 현지 지도 행보를 보였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엔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해 이례적인 대중연설까지 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민심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 진행된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18일 보도했습니다.

평양종합병원 착공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으로, 완공 목표 시점은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인 오는 10월 10일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공사는 대동강 유역 문수거리 중심부에 있는 ‘당 창건 기념탑’ 부근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착공 행사에서 간부들이 아닌 노동자 등 말단 인력들이 운집한 가운데 직접 연설을 했습니다. 또 연설 후 첫 삽을 뜬 후 발파 단추를 누르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말부터 함경남도와 강원도 지역 포병부대를 돌며 군사 행보에 몰두했던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와 다시 민생 행보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매체에서 소개된 김 위원장의 평양 귀환 후 첫 공식 행사가 병원 착공식이라는 점을 다소 특이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김 위원장의 민생 또는 경제 행보는 고아원이나 탁아소, 개발 중인 관광지나 생산현장 등이었다며 병원 착공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민심 불안을 의식한 선택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병원 착공식이라고 하는 행사에 참석했다는 게 특이한 것이고 이것은 지금 코로나 사태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굉장히 크죠. 그러니까 주민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보건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고 그런 차원의 행사에 참여했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꾸준히 천명했던 ‘민생제일주의’를 부각시키고 수령의 `애민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자기 나라 수도에마저 온전하게 꾸려진 현대적인 의료보건 시설이 없는 것을 가슴 아프게 비판했다”며 “올해 계획되었던 많은 건설사업들을 뒤로 미루고” 착공을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전현준 국민대 교수는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해 특단의 조치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도 북한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수령을 중심으로 뭉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김 위원장이 착공식 현장에서 행한 연설도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엔 현지 지도에 나서면 일꾼 즉, 간부들을 상대로 지시를 내리고 관영매체가 이 내용을 다듬어 보도하는 식이었는데 김정은 위원장은 아버지와는 다른 스타일이라는 설명입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우영 교수입니다.

[녹취: 이우영 교수]“김정일은 현지 지도를 가더라도 대중연설은 안하고 일꾼들에 대한 지도 이런 게 중심이었다고 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항상 스킨십을 강조하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 어린이부터 노동자, 과학자까지 이런 사람들과 직접 접촉하고 얘기하는 것을 즐긴다는 측면에서 스타일에서 굉장히 차이가 있거든요. 이번에도 이런 게 나타났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전현준 국민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스타일은 시대가 바뀐 탓이라고 말했습니다.

전 교수는 김 위원장 스스로 수령을 오류가 없는 완벽한 존재로 신비화하는 데 대해 거부감을 피력한 적이 있다며 이는 신비주의 전략이 오히려 수령의 권위를 해칠 만큼 북한 주민들의 인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전현준 교수] “아무리 자기를 신비화해도 주민들이 안다는 거죠. 이제는. 아무리 수령이 유토피아를 얘기해도 실제로 민생경제가 돌아가는 게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로 인해서 오히려 수령의 위상이 해가 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차라리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낫다 라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한편 병원 완공이 제시된 목표대로 오는 10월 당 창건 75주년까지 이뤄질지 미지수입니다. 국제 제재로 자재 수급이 어려운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친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이 “공사 기일이 긴박하다”, “일찍이 있어 본 적 없는 극악한 대내외 환경” 등을 언급한 대목도 이런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 위원장이 병원 완공이 “적대세력들의 더러운 제재와 봉쇄를 웃음으로 짓부시는 기상을 과시하는 마당이 될 것”이라고 독려한 대목 또한 이런 어려움을 반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