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새 미국 행정부 겨냥해 도발 반복...차기 행정부 때 되풀이 되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중 발사 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2016년 4월 보도했다. (자료사진)

미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이 미국의 새 정권 출범 이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 새 행정부의 주목을 끌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도발을 감행해 왔다는 지적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북한이 지금까지 새로운 미국 지도자들의 대북 접근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도발을 감행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그러면서 북한이 내년 초 출범이 유력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도 도발로 환영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e N Koreans have historically wanted to shape the approach of new American leaders to N Korea. Of course a lot of people are expecting some kind of provocation.”

실제로 미국의 전문가들은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집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버지의 각본에 따라 도발을 이어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직후부터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2012년 바락 오바마 행정부와 맺은 핵 활동 중단을 핵심으로 하는 2.29 합의를 두 달 만에 장거리 로켓 발사로 파기했고, 곧이어 5월, 헌법에 ‘핵 보유국’을 명기하고 ‘핵무력, 경제건설 병진 노선’을 채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11월 재선하자 북한은 강력한 도발에 나섰습니다.

12월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하고, 두 달 뒤 3차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 TV] “2013년 2월 12일 북부 지하 핵실험장에서 제3차 지하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펼쳐지는 가운데 미-북 관계는 2014년 들어 대화 단절로 더욱 얼어붙었고,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였습니다.

2014년 말 북한이 미국 소니영화사에 대해 해킹 공격을 가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대북 추가 제재를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미-북 관계는 더욱 경색됐습니다.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을 하며 ‘첫 수소탄 시험 성공’을 주장한 북한은 미국 대통령 선거 국면인 그 해 9월 5차 핵실험에 나서며 핵 개발 속도를 높였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당시 5차 핵실험 소식을 전하며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 TV] “미국의 가중되는 핵전쟁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존엄과 생존권을 보위하고 진정한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국가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 조치는 계속될 것이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난 2016년 9월 한국 서울의 가전매장에 설치된 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며칠 앞둔 2017년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를 예고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첫 수소탄 시험과 각이한 공격 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 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을 비롯하여..”

그리고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북한은 첫 ICBM급 ‘화성-14형’을 전격 쏘아 올렸습니다. 같은 달 28일 사거리가 1천 km에 달하는 두 번째 ‘화성 14형’을 발사한 북한은 미 전역이 타격권에 들어왔다고 공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8일 북한이 미국을 계속 위협하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They will be met with fire, fury and frankly power the likes of which this world has never seen before.”

북한이 ‘미국 본토 불바다’ 발언을 하며 미국을 자극한 가운데, 북한이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미 언론 보도에 따른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한 것입니다.

북한은 9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을 실시했고, ICBM에 장착할 수 있는 수소탄을 성공적으로 실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위협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위기가 최고조로 달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안팎에선 북한의 주요 시설을 제한적으로 타격한다는 의미의 ‘코피 전략’이 공공연하게 거론됐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북한이 또 다시 도발을 통해 미국의 새 행정부를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조정관] “So he may want to resume testing in order to strengthen his bargaining position with the Biden administration.”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VOA에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강행한다면 미국은 지금껏 그랬듯 대북 추가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결국 미-북 간 협상이 다시 재개될 것이라면서도, 긴장이 고조되는 기간을 거치지 않고 협상에 임할 것인지 여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