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집권할 경우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다룰 주요 인사들의 면면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들은 누구인지, 이들이 과거 북한과 관련한 발언이 어땠는지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미국의 외교수장인 국무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는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입니다.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유엔대사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라이스 전 보좌관은 최근 몇 년 동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난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지난해 7월 ‘아스펜 안보포럼’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사실상 실패로 규정했습니다.
[녹취: 라이스 전 보좌관] “When you look in substance at what's been accomplished, It's frankly very little…”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인적 친분이 ‘화염과 분노’와 같은 상황보다는 낫지만 비핵화에서 거둔 실질적인 성과는 솔직히 말해 매우 적다는 지적입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미국의 오랜 목표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가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낮다는 데 우려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목표에 훨씬 못 미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지난해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제재를 기반으로 대북 협상을 이어가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라이스 전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첫 해인 2017년 ‘뉴욕타임스’ 신문에 기고한 글에선 “냉전시대 소련의 핵무기 수 천 기를 용인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할 수 있다”며, ‘북 핵 용인론’을 펴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토니 블링큰 전 부장관도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입니다.
블링큰 전 부장관은 현직에 있던 당시 북한의 도발이 계속 이어지자 ‘압박’을 통한 해법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2016년 브루킹스연구소와의 대담에선 북한이 국제사회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녹취: 블링큰 부장관] “We will continue to increase the cost on North Korea until it comes into compliance with its obligations…”
지난해 프랑스 방송인 ‘프랑스 24’와의 인터뷰에서는 북한과 충돌로 치닫던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대응이 북한과의 외교로 전환된 것은 긍정적이고 지지를 받을 만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미국 대통령과 동등한 반열에 올리면서도 아무 대가도 얻지 못한 것은 효과적인 외교라고 할 수 없고, 충분한 준비를 거친 결과라고도 할 수 없다며 추가 진전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해 비판했습니다.
국방장관에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이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빌 클린턴과 오바마 행정부에서 활동했던 플러노이 전 차관은 퇴임 이후 다양한 토론회에 참석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지난 9월30일에는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 핵에 대한 생각을 밝히면서 사실상 ‘해결’보다는 ‘상황 관리’ 측면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플러노이 전 차관은 “군축의 관점에서 북한 정권이 핵을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만큼 완전한 핵 군축을 이루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사실이 “우리가 가능한 한 (북 핵) 감축을 추구해선 안 된다거나,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다른 지도자를 원하도록 결정하길 희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궁극적이고 장기적 목표로 군축 노력은 계속 유지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문제는) 위험을 관리하는 도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플러노이 전 차관은 ‘코피 전략’ 등 대북 선제공격에 대한 주장이 제기됐던 2017년엔 한국에 대한 보복공격이 있게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습니다.
[녹취: 플러노이 전 차관] “It’s hard to imagine a kinetic strike against North Korea’s nuclear…”
한국에 대한 보복공격을 유발하지 않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한 군사공격을 상상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상당한 군사 공격은 전쟁을 시작하는 것과 같고 이에 따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밖에 한반도 전문가 그룹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 측 인수팀에 참여한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바이든 후보 지원 연설에 나선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대행 등이 새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에서 대북 정보를 다뤘던 정 박 석좌는 올해 4월 ‘김정은 되기’라는 자신의 저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북한에 대한 정보 유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정박 연구원] “I think we need to ramp up information penetration, give the people what they want, use technologies...”
북한에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하고 기술 회사와 사회운동가들과 협력해 북한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정보 침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박 석좌는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에 대해선 강하게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2017년 VOA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 석좌는 “예방전쟁은 매우 나쁘다고 생각하며, 좋은 군사적 방안이라는 건 없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 12년간 보좌관으로 일했던 자누지 대표는 관여를 통한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주장해 왔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올해 5월 VOA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의지를 보이면서 동시에 북한의 제재 위반에 대한 주의보를 내는 등 활동을 지속한 데 대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자누지 대표] “The Trump Administration is wisely trying to keep the door open to talks...”
트럼프 행정부가 싱가포르 선언에 표현된 목표 발전 방법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는 건 현명한 일이며, 아울러 북한이 관여할 때까지 압박을 유지하는 건 합리적이라는 겁니다.
자누지 대표는 또 미국의 접근 방식에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와 조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결여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컨트리맨 전 국무부 차관 대행은 최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이 북한에 있어 전통적인 외교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전 부통령)은 김 위원장을 비롯해 어떤 정상을 만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지만, 정상회담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준비가 중요하고 즉흥적인 결정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은 VOA와의 또다른 인터뷰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북한 문제를 담당할 유능한 사람들을 임명하는 작업에 즉각 나설 것으로 믿는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북 핵 담당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