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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 대선 결과 침묵 이어져…한국, 도발 자제 메시지


지난달 12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노동당 8차 당대회가 열렸다.
지난달 12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노동당 8차 당대회가 열렸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 연설을 한 지 엿새째가 되도록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의 침묵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북한에 도발에 나서지 말라는 메시지를 연이어 보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 대선에서 승리 연설을 한 지난 8일 이후 북한 관영매체들은 물론 선전매체들도 아직까지 관련 소식이나 북한 당국 반응을 일절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2008년 바락 오바마 당선 때는 이틀 만에, 2012년 오바마 재선 때는 사흘 만에, 그리고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당선 때는 이틀 만에 미 대선 결과를 보도한 것과 비교하면, 침묵이 상당히 길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정권 인수에 속도를 내며 당선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입장이 계속된 탓이라는 관측입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으로 공식적인 당선 발표가 나오지 않고 있는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관계 등을 고려해 대선 결과에 대한 간단한 사실 보도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전이 장기화할 경우 북한의 침묵이 내년 1월 3차 당 대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설사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 선언을 하더라도 북한이 이에 대한 짧은 사실 보도는 하되 미 차기 행정부에 대한 입장을 섣불리 내놓기엔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과거 민주당 행정부는 북한의 핵 개발 진전 상황에 따라 대화에 나설 때도 있었지만 제재와 압박을 앞세울 때도 있었다며, 미-중 갈등 심화와 북한 핵무력 완성이라는 현 상황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북정책 방향을 예측하는 데 북한도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도 북한이 선제적으로 반응을 보이기 보다는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의 대북정책 방향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바이든 행정부의 비핵화 정책에 대해서 지금 고민하고 있을 거거든요. 민주주의, 인권가치,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이게 불리한 요소이고 이란 핵 합의 같은 실용적인 합의 가능성이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에선 높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상황에서 본인들이 나서서 대화를 촉구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내기도 지금 쉬운 상황이 아니거든요.”

북한의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미-북 대화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상황 관리에 나서는 한편 북한에 도발 자제 메시지를 연이어 발신하고 있습니다.

9일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과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이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만났다.
9일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과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이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만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12일 한국에 돌아와 기자들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 측 인사들과의 대화에서 “그동안 추진했던 종전 선언 등에 대해 설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강 장관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을 방문하면서 바이든 행정부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민주당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과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 외교정책 자문을 하는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존 앨런 소장 등을 면담했습니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에 신중한 처신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조혜실 부대변인] “정세의 유동성이 높은 시기에 남북이 먼저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신뢰를 만들어 남북의 시간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고 이런 견지에서 북측이 신중하고 현명하게 또 유연하게 전환의 시기에 대처해 오길 기대한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침묵한다고 해서 도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안팎의 정세가 단기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도발에 나서기 힘들게 만들고 있지만 부담이 적은 대남 도발 카드는 여전히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은 늘 미국과의 관계에서 특히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도발의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전판으로 남한에 대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형태의 도발의 가능성도 여전히 있죠.”

조한범 박사는 미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이 장기화할 경우 북한이 단순히 기다리고만 있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수해 등 삼중고로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미 차기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자신들이 뒤로 밀릴 경우 북한은 생존 차원에서 도발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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