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남북 독자 협력 추진”…북한, 한국 대북정책 비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아 남북 간 독자 협력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북한은 한국 정부의 신북방정책 등 대북정책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차가운 반응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남북협력 구상의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10일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북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 있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서 해나가자”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미-북 대화가 당초 기대와 달리 여전히 부진한 상태에 있고 언제 성과를 낼 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기존 유엔 안보리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사업들과 안보리로부터 예외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사업에 초점을 맞출 뜻을 밝혔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 남북 보건의료 협력을 1순위로 꼽았고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북한 개별관광 등 기존 제안들도 모두 유효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 정부가 연초부터 보여온 남북협력 사업 추진 의지를 거듭 확인한 것이지만 북한의 반응은 한층 더 싸늘해졌습니다.

북한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10일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이 “외세의 힘을 빌려 체제통일 망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대결정책의 변종”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다른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도 이날 한국 군의 글로벌 호크 등 전략자산 도입을 동족을 겨냥한 무력증강 책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지난 8일 인민무력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국 군의 서북도서 합동방어훈련을 “9·19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밝힌 이후 연일 한국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는 양상입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은 북한이 한국의 남북한 평화공존의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신북방정책까지 비난하고 나선 데 대해,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과 함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진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북한은 기본적으로 남북이 협력해서 외세와 대응하자라는 거거든요, 북한의 입장은. 그런데 그 이외의 모든 움직임 즉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이 해서 뭔가 하자는 것에 대해서 주도적이지 못하다, 우리 문제를 왜 남들한테 자꾸 맡기느냐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외세의 힘을 얻어서 북한을 무너뜨리려는 것 아니냐 여기까지 연결되는 거죠.”

북한의 이같은 날 선 반응 때문에 문 대통령의 협력 구상의 현실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무관하게 추진할 수 있는 보건의료 협력 분야의 경우 북한이 원하는 것과 한국이 줄 수 있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교수는 신종 코로나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방역협력은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와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는 인도적 분야지만 북한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치적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한국 측 지원을 바랄 수 있지만 이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충돌할 소지가 많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그 병원 자체는 평양에 특히 북한 정부에 대한 핵심 지지층들을 위한 병원인데 그것은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보긴 어렵죠. 그래서 이것은 미국 내 국내법으로도 그렇고 유엔 제재도 그렇고 면제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북한은 신종 코로나 사태 관련 외부 지원처럼 당장 급한불을 끄기 위해서라도 중국과 밀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대미문의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확고히 승기를 잡은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칭송한 구두친서를 보냈습니다.

시 주석도 답신으로 9일 김 위원장에게 구두친서를 보내고 “중국은 북한의 필요에 따라 힘이 닿는 한 신종 코로나 방역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철도와 도로 건설이나 대북 개별관광 등은 북한의 호응 여부는 물론이고 신종 코로나 사태, 미-한 간 조율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입니다.

일각에선 북한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가중되고 있는 식량난 상황에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대규모 식량 지원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의료 지원은 이미 미국이나 유엔도 모두 대북 제재 면제나 유예로 시행하고 있고요. 그 다음에 식량 같은 경우도 조건을 맞춰서 대규모 지원을 한다면 지금 북한의 올해 식량과 관련해 누적 위기가 거의 가시화된 상황에서 북한으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죠.”

하지만 대규모 식량 지원 또한 북한 당국이 분배의 투명성을 보장할 지 여부가 관건이라는 지적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대북 식량 지원은 국제사회도 인정하는 인도적 지원이지만 그동안 소규모로 제한된 지역을 상대로만 이뤄져 온 이유는 분배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감시체제 구축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은 때문이라며, 북한 당국의 전적인 협력이 없다면 이 또한 실현되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거부반응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 사태가 사그라들면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앞서 7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을 비롯해서 모든 세계가 방역과 경제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며 “북한도 북한대로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고 따라서 결국 방역에서 경제로 전환하는 시점에 남북협력도 성사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