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검찰 "문철명, 구금 상태 유지해야…북한 정권은 변호인단 참여 못 해"

미국 워싱턴의 연방 법무부 건물.

미국 연방검찰은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북한 국적자 문철명에 대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재판 진행 과정에서 드러나게 될 관련 증거들이 매우 민감한 만큼, 북한 정권과 관계된 인물들이 변호인단으로 참여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도 제출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국적자 문철명의 사건을 담당한 워싱턴 DC 연방검찰이 재판부에 이번 사건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지난 2일 미 검찰이 제출한 ‘보호명령’ 요청서에 따르면 검찰은 변호인 측이 요구하는 일부 정보를 ‘민감한 자료’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의 개인신상과 미 정부의 비밀정보원,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또 다른 공범(피고), 증인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정보 등을 ‘민감한 자료’의 사례로 적시했습니다.

이어 검찰이 ‘민감한 자료’로 분류한 정보는 피고, 즉 문철명이나 문철명의 변호인이 이용할 수 있지만, 반드시 이번 사건을 변호하는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 정권과 공식 혹은 비공식으로 연결된 대리인이나 개인 등은 변호인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해, 북한 당국이 ‘민감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했습니다.

만약 재판부가 검찰이 제출한 ‘보호명령’을 승인할 경우, 변호인 등은 앞서 검찰이 명시한 내용들을 따라야 합니다.

문철명은 지난 2019년 5월 돈세탁 등 6개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됐으며, 당시 머물던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돼 지난달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인물입니다.

미 법무부는 문철명의 미국 도착 후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 국적자가 미국으로 인도된 첫 사례”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보호명령’ 요청과는 별도로 또 다른 문건을 통해 문철명이 계속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같은 날 제출된 ‘일시 구금’ 신청서에서 검찰은 문철명의 도주 우려가 큰 만큼 재판부가 그에 대한 ‘미결 구류’를 명령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문철명이 저지른 범죄 유형과 그 증거로 비춰볼 때 상당 기간의 실형이 예상된다는 점과, 문철명이 (미국에서) 소속된 공동체가 부족하고, 직업을 구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 점,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를 고려할 때 피고가 도주하지 않도록 재판일 이전부터 구금돼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문철명이 제재 위반으로 싱가포르에서 추방된 전력이 있으며, 말레이시아 당국에 체포될 당시 저항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검찰은 또 문철명이 북한 국적자라는 사실을 들며, 외국 정부에 의해 잠재적으로 지시를 받거나 통제를 받는 인물을 풀어줄 경우 미국 지역사회에 위험을 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상 미국의 연방 형사법원은 피의자 구속 이후 최종 선고가 이뤄지게 될 재판일 이전까지 피의자를 구금 상태로 둘지 여부 등을 결정합니다.

피의자들은 이 때 보석금을 내거나, 가택연금 등 특정 조건을 승인 받아 구치소 구금을 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로선 재판부가 문철명을 풀어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문철명에게 선임된 국선변호인 역시 구금 여부를 결정하는 심리를 미뤄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문서를 제출해, 문철명의 구금 해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고 있습니다.

문철명의 국선변호인은 이날 제출한 문서에서 5일로 예정됐던 ‘구금 여부 심리(detention hearing)’를 정해지지 않은 추후 날짜로 미뤄줄 것을 재판부에 요구하면서 “변호인단은 문철명의 석방 조건을 충족하는 법적 요건이 있는지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현 시점 문철명은 미국 내 머물 장소가 없고, 스스로 부양할 수단도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변호인은 “문철명과 변호인단은 이번 사안과 관련된 제안을 할 계획이 있을 때 해당 심리에 대한 일정을 요청하겠다”면서, 자신들의 주장에 미 검찰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