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지속…이란과 미사일 협력 재개"

지난달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북극성-5ㅅ(시옷)'이라고 적힌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했다.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밝혔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또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활동과 사이버 공격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유엔이 북한의 계속되는 핵과 미사일 개발 실태를 공개했습니다.

9일 VOA가 입수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계속해서 핵 분열성 물질을 만들고 핵 시설을 유지할 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시설을 개선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이를 위해 필요한 물질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해외로부터 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또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북한이 직접적인 수입과 선박 간 환적 등 불법적인 속임수를 통해 확보한 정제유의 양이 연간 수입 한도인 50만 배럴의 몇 배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북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코로나 대응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면서 상품 운송과 사람들의 이동에 대해 불법적인 부분뿐 아니라 합법적인 부분까지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북한 수입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불법 석탄 수출이 지난해 7월 말 이후 대부분 중단됐다고 전문가패널은 밝혔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또 북한의 사이버 활동과 해외 노동자 파견과 관련, 북한 군수공업부에 의해 해외로 파견된 북한 정보통신 IT 전문가들의 외화벌이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정찰총국의 지시를 받는 사이버 해커들의 가상화폐와 가상화폐 서비스 제공자 등을 상대로 한 악성 공격활동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무기 금수 조치를 위반하고 있으며, 불법적인 군사협력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

지난해 10월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신형 장거리 탄도 미사일로 보이는 무기가 등장했다.

진행자) 오택성 기자와 함께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북한의 지속적인 핵과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기자) 북한의 핵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 전문가패널은 한 관계국의 설명을 인용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시켰지만 이 시설에 아직 인력이 유지되고 있어 북한이 이를 온전히 포기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패널은 전했습니다.

또 지난해 10월과 올해 초 북한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무기들에 대한 평가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는데요. 열병식에 단거리와 중거리뿐 아니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시스템이 등장했다는 겁니다.

이밖에 전문가패널은 한 국가의 평가를 인용해 북한이 단거리와 중거리, 장거리 미사일에 핵 폭발물을 탑재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다만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성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밝히고 있다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의 ‘사이버 해킹’ 활동을 자금 확보의 주요 수단으로 지목했습니다. 한 국가 보고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0년 11월까지 북한이 사이버 해킹을 통해 탈취한 금액은 약 3억 1천 6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주로 가상화폐 거래소 등에 대한 해킹 공격을 통해 자금을 탈취했고, 이를 통해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는 겁니다.

사이버 해킹을 통한 자금 마련은 비단 이번 보고서에서만 지적된 것은 아닙니다. 2019년 8월에 공개된 안보리 전문가패널 보고서는 북한이 20억 달러 규모의 해킹 활동을 벌였고, 이 가운데 한국에 대한 공격이 10차례로 가장 많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사이버 해킹 외에 북한의 자금 확보 활동으로 거론된 내용에 또 어떤 게 있나요?

기자) 해외 파견 노동자인데요, 이는 전통적으로 북한의 외화벌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입니다. 보고서는 먼저 전문가패널이 북한 만수대와 백호무역회사 등을 통한 북한 노동자 파견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의 활동이 조사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부분은 북한의 군수공업부를 통한 북한 노동자 파견에 대한 조사인데요. 이들은 특히 IT 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군사 부문에서 또다른 안보리 결의 위반 사안으로 지목된 내용이 있지요?

기자) 네. 보고서는 북한의 군사협력과 관련한 정보를 최신화했다며 이란과의 협력에 대해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과 이란이 지난해 장거리 미사일 개발 협력을 재개했다는 건데요, 여기에는 주요 부품 운반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또 북한이 이란 '샤히드 하지 알리 모바헤드' 연구소의 기술 개발에 협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이런 내용에 대해 이란 측이 "가짜정보와 조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벌인 조사를 담았다"고 반박한 사실도 함께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보고서는 언제 정식으로 공개되나요?

기자)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는 1년에 두 차례 공개됩니다. 상반기에 한 번, 그리고 하반기에 한 번인데요. 이번 보고서는 상반기 중 공식 발표될 예정입니다. 발표에 앞서 전문가패널이 보고서를 안보리에 제출하면 이사국들이 검토하고 의견을 주고 받은 뒤 일부 내용을 수정해서 최종 발표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공개된 안보리 2월 일정을 보면 이달 말에 북한 논의 일정이 잡혀 있어 이 때 이사국들이 보고서 초안을 회람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20년과 2019년의 경우 상반기 보고서는 모두 3월 초에 공개됐습니다.

진행자) 오택성 기자와 함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