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찰총국장 림광일로 교체…김정은 친정체제 강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당시 노동당 제1비서)이 인민군 405군부대를 시찰하고 있는 장면을 2013년 5월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김정은 위원장 오른쪽 옆으로 림광일이 서 있다.

북한에서 대남과 해외공작 활동을 총괄해 온 정찰총국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호위사령관이 모두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1년 새 국무위원 82%가 새 인물로 바뀌면서 김 위원장의 친정체제가 공고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2019년 이후 북한의 주요 인물 활동과 신규 인물 등을 추가한 ‘2020 북한 인물정보’와 ‘2020 북한 기관별 인명록’을 13일 발간했습니다.

통일부는 이 책자를 통해 북한의 대남과 해외공작 활동을 총괄하는 정찰총국장이 림광일로 교체됐다고 확인했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2016년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장길성이 후임으로 정찰총국장을 맡다가 지난해 해임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림광일은 지난 2016년 1월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총국장을 맡았던 인물로, 지난해 12월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를 계기로 상장 진급과 함께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찰총국은 지난 2009년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과 노동당 산하 작전부,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 35호실 등 3개 기관의 대남·해외 공작 업무를 통합해 출범했습니다.

정찰총국은 특히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과 2015년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 등 대남 도발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정찰총국의 첫 수장인 김영철의 계급은 대장이었지만 후임 장길성과 림광일의 계급은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상장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2009년 김 위원장으로의 후계작업이 시작될 무렵부터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이 김 위원장의 권력기반 강화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2017년 북한이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미국과 협상 국면에 들어가면서 정찰총국의 역할이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정찰총국이 김정은이 정권을 강화하고 권력기반을 강화하던 시기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시기를 비교하면 정찰총국 수장의 직급이나 위상으로 보면 많이 낮아졌다, 중요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죠.”

통일부는 또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경호하는 호위사령관은 윤정린에서 곽창식으로 지난해 4월 바뀐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곽창식은 이력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림광일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를 계기로 상장 계급장을 달았고 당 중앙위 위원으로 올라섰습니다.

이밖에 군부 인사로는 김정관 인민무력상과 위성일 제1부총참모장이 인물정보에 기재됐습니다.

이와 함께 통일부는 북한이 1년 새 국무위원회 소속 11명 가운데 9명을 교체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년 새 당 정치국의 교체 비율은 80% 가까이 되고 국무위원회 11명 중 9명이 교체돼 변동률은 82%”라며 “최근 들어 계속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고 김 위원장 친정체제가 공고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김 위원장의 인사 특징은 많은 성과를 낸 인사들을 발탁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라며 “실용주의적 인사를 단행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정치 전문가인 전현준 국민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최근 인사패턴은 권력기반이 어느 정도 다져졌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전현준 교수]“ “전통적으로 공산주의 사회에선 정권 초기엔 이념형 관료들이 득세를 했다가 정권이 안정화 기조에 들어서게 되면 전문성이 강한 관료집단들이 등용됩니다. 김정은도 그동안엔 정권 안정에 필요한 이념형, 충성형 관료들을 등용했다고 하면 이제는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되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관료들이 등용되는 비율이 높아질 겁니다.”

통일부는 선전선동부에서 조직지도부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김여정 당 제1부부장에 대해서는 ‘소속 불명’으로 분류하고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는 김조국과 조용원을 명시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제1부부장의 소속과 관련해 “조직지도부나 선전선동부 소속 혹은 확인되지 않은 지위 등 세 방향으로 보고 있다”며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는 국무위원회 직속기구로 대남 통일전선 사업을 담당하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에 대해선 확인된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리선권 전 위원장이 외무상으로 이동한 뒤 후임자 임명 여부조차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통일부는 이와 함께 현송월 당 부부장과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을 신규 인물로 등재했습니다.

북한 예술단 공연으로 한국을 방문해 잘 알려진 현송월에 대해 통일부는 당 부부장 직책은 확인했지만, 소속은 선전선동부로 추정했습니다.

장금철은 통일전선부 부부장에서 지난해 4월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됐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통일부는 북한이 기존 공업성을 세분화해 선박공업성을 신설하고, 개성공단이 있는 개성시는 ‘특별시’로 승격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김환용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