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25일) 한반도 동해상으로 쏜 발사체가 신형 전술유도탄이라고 밝혀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의 개량형을 시험발사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늘린 개량형 이스칸데르는 전술핵을 탑재해 한국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라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국방과학원이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 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시험발사한 2기의 신형 전술유도탄은 동해상 600km 수역의 설정된 목표를 정확히 타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방과학원은 이번 신형 전술유도탄은 탄두 중량을 2.5t으로 개량한 무기체계라며, 시험발사를 통해 “개량형 고체연료 발동기의 믿음성을 확증하고 이미 다른 유도탄들에 적용하고 있는 저고도활공도약형 비행방식의 변칙적인 궤도 특성 역시 재확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개량형을 발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스칸데르는 ‘풀업’(pull-up) 즉 활강과 상승 등 급격한 기동을 하는 것이 특징으로, 당시 열병식에서는 기존 KN-23보다 탄두 모양이 뾰족해지고 미사일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의 바퀴도 4축에서 5축으로 늘어난 개량형 이스칸데르가 공개됐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 속 신형 전술유도탄은 열병식에서 나온 개량형 이스칸데르와 같이 검은색과 흰색이 엇갈린 뾰족한 탄두부를 갖고 있습니다. 미사일 옆면엔 ‘ㅈ 19992891’라는 일련번호가 새겨져 있습니다.
개량형 고체연료 발동기의 신뢰성을 확증했다는 것은 발사 준비 시간을 10∼15분 정도로 단축했음을 의미합니다.
한국 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개량형 이스칸데르가 사거리와 파괴력이 일정 정도 향상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 발표대로 탄두 중량을 2.5t으로 늘린 게 사실이라면 북한의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전술핵 탑재가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8차 당 대회에서 전술핵무기 개발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을 겨냥한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게 이스칸데르로 추정된다며 전술핵을 탑재한 이스칸데르가 실전배치되면 전장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무기체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다면 그게 500kg에서 1t 이거든요. 그런데 2.5t이면 아무런 문제없이 다 집어넣을 수 있다는 얘기고요. 그리고 잘 알려진 풀업 기동에 고체연료에 우리가 막기 굉장히 힘들다, 대비시간도 없고 이동형으로 움직이면. 종합해서 말씀드리면 이런 식의 전술핵무기, 고체연료에 이동가능한 전술핵무기가 실전배치 시작하면 한반도는 너무 쉽게 핵전쟁으로 확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다만 북한 매체가 공개한 미사일 외형으로 볼 때 2.5t 탄두 중량은 과장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탄두직경이 기존 이스칸데르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2.5t 탄두 중량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과장해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제시한 미사일 사거리에 대한 의문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사된 개량형의 경우 2019년 북한이 첫선을 보인 기존 이스칸데르보다 동체부가 약 1m가량 늘어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사거리를 늘렸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은 개량형 미사일이 ‘동해상 600km 수역의 목표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기존 이스칸데르의 첫 시험발사 당시 사거리인 240km의 2.5배나 됩니다.
또 한국과 일본 군 당국이 25일 발표한 사거리 450km와도 큰 차이가 납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목표치를 마치 실제 사거리인 것처럼 과장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번에는 사거리가 600km가 안 나왔고요, 북한 보도와 달리. 그리고 발사차량이나 미사일 외형상 2.5t 탑재는 어려운 것으로 보여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핵탄두 탑재를 위한, 전술 핵 탑재를 위한 개발 초기 단계 실험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추가 시험발사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북한 주장의 진실 여부를 떠나 개량형 이스칸데르의 사거리가 기존 것보다 늘어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거리 600km면 한국 전역이 타격권에 들어갑니다. 탄두 중량을 줄이면 사거리가 늘어 주일미군 기지까지 사정권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노동당 군수공업부, 국방과학연구 부문 간부들이 시험을 지도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미국과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없이 8차 당 대회에서 목표로 내건 국방과학정책을 미사일 시험발사의 한 배경으로 내세웠습니다.
리병철 부위원장은 한반도의 각종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는 데 큰 의의를 가진다고 밝혀 외부 위협에 맞선 미사일 개발의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김 위원장의 불참은 아직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기다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위조절을 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박 교수는 그러나 북한이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전술핵무기 개발 의지를 보다 구체화함으로써 미-한-일 세 나라를 동시에 압박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핵 군축 협상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KN-23의 경우 이미 실전배치가 가능하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인데요. 그렇다면 이것은 아주 심각한, 한국과 어떻게 보면 일본까지도 사거리로 하는 위협이 될 수 있고 그렇다면 북한이 원하는 것은 게임체인저인 이 무기를 통해서 한-미-일을 압박하고 그들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면서 핵 군축 협상을 하자 그런 압박의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향후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 조한범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8차 당 대회에서 미국에 ‘선대선, 강대강’ 대응 원칙을 선언한 바 있기 때문에 한편으론 탐색전을 펴면서도 미국의 압박을 빌미로 신무기 시험 카드를 쓸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는 미-중 전략경쟁이 군비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이 전술핵무기와 관련된 시험발사를 되풀이하는 것은 중국에게 부담이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