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우방국인 북한과 이란은 1980년부터 미사일 기술 개발 등 광범위한 군사 협력을 지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핵 협력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 국방부 산하 국가정보국(DIA)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이란 군사력’ 관련 보고서에서, 탄도미사일 등 이란의 무기체계에 북한의 기술이 연계됐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이란이 주요 무기 프로그램의 국산화 능력을 확립하기 위해 북한·중국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았으며, 특히 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은 북한 미사일 기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실례로 이란의 주력 MRBM인 액체연료 추진형 ‘샤하브3’은 북한 ‘노동’ 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또 이란이 2017년부터 생산한 중거리탄도미사일 ‘코람샤르’ 역시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기술에서 유래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분야 협력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이란-북한-시리아 탄도미사일과 핵 협력’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1980년대 이란에 스커드 미사일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이란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스커드 미사일을 개발, 생산해 이란에 제공했고, 이란은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성능 개량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90년대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이란에 지속적으로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과 부품을 수출함에 따라 이란의 관련 기술이 질적으로 향상됐으며, 이란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중거리 탄도미사일 자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미 정보당국은 지난 2016년 자료에서, 북한과 이란의 탄도미사일 협력이 2013년 이후 잦아들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잠수함 개발도 양국의 군사 협력 분야 중 하나입니다.
이란은 지난 2004년에 적어도 1대의 북한 ‘요노’급 잠수함을 들여갔으며 이후 국내 생산을 시작했다고 미 국방정보국은 앞선 보고서에서 지적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북한과 이란 간의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협력이 여전히 지속되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이러한 협력에는 핵 관련 사안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양국 간 협력의 범위를 파악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정부가 그동안 양국의 핵 협력 여부를 확인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그 가능성을 제기해 왔습니다.
국방부 선임 동북아 정보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벡톨 미 텍사스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지난 2018년 북한의 무기 판매를 추적한 저서에서 이란에 핵기밀을 전수했던 파키스탄의 공백을 북한이 메운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특히 이란이 핵실험 시뮬레이션 컴퓨터를 운용하고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시설을 짓는데 북한이 도움을 줬으며 이런 관계는 적어도 2011년까지 계속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은 지난 4월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과 이란의 군사 분야 협력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의 주요 불법 무기 업체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가 이란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