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와의 군축 협상에서 대북 미사일방어와 관련한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전 미 국방부 고위관리가 말했습니다. 미사일방어는 미국 본토 방어 뿐 아니라 동맹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부 핵과 미사일방어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수퍼 박사는 22일, 러시아가 미국과의 군축 협상을 대가로 대북 미사일방어 태세에 대한 타협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습니다.
수퍼 전 부차관보는 이날 미 공군협회 산하 미첼인스티튜트가 ‘핵 현대화와 차기 핵태세검토(NPR)’를 주제로 연 화상대담에서 오는 28일 미국이 러시아와 핵군축 협상을 개시하는 상황을 두고 이같이 말했습니다.
수퍼 전 부차관보 “러시아, 대북 미사일 방어 타협 요구 전망”
수퍼 전 부차관보는 재직시절 핵군축 문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관여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러시아는 항상 협상 대가로 대북 미사일방어역량 감축을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에도 그런 입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군축과 연계해 미사일 방어와 관련한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습니다.
[녹취 : 수퍼 전 부차관보] “My suggestion to the Biden administration as it evaluates missile defense and an arms control context is ‘Don't offer any concessions to the Russians’ You want to talk to the Russians about this. We know the Russians want to talk to us about it. We spoke to them during the Trump round of discussions with Russia…”
특히 러시아는 차세대 지상기반 요격기와 함께 지난해 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가정한 발사체를 이지스함에서 쏘아올린 'SM3 블록 2A'로 요격한 실험도 문제 삼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수퍼 전 부차관보는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역량이 유사시 자국의 핵무기 상호확증파괴 (MAD) 전략에 큰 장애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이 보기: "미·중, 대북협력 공감대…핵 고도화, 미사일 방어 책임론엔 입장 차 커"이어 미국의 방어역량이 러시아의 전략적 안정에 큰 불안을 야기한다는 주장은 당초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 수퍼 전 부차관보] “So again, this notion that, that 'the point the SM-3 Block IIA to protect against North Korea is going to upset strategic stability with Russia', I think the Russians are using this for political purposes…”
수퍼 전 부차관보는 공화당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 사이에 역내 미사일방어 정책과 관련해, 북한의 미사일 역량보다 미국이 항상 앞서 나가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 당시 차세대 지상기반 요격기(GBI) 개발에 착수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계획보다 20기 늘어난 64기를 실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차세대 지상기반 요격기는 적 미사일이 지표면으로부터 약 500km 이상 떨어진 외기권을 통과하는 비행구간에서 자체 감지기를 활용해 파괴하는 무기로, 미 국방부는 2028년까지 실전배치를 완료할 계획입니다.
“GBI 개발 반드시 필요…동맹 신뢰성 보장 핵심역할”
수퍼 전 부차관보는 미국 내 일각에서 북한의 ICBM 역량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더 이상 격차를 벌리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차세대 지상기반 요격기의 무용론을 제기하는 것도 비판했습니다.
북한이 개발중인 ICBM 관련 첩보는 신뢰도가 낮은 분야 중 하나로, 정확한 실제 보유량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당시 차세대 지상기반 요격기를 20기 더 추가 개발하는 것으로 충분히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ICBM 보유량 중 일부는 북한이 발사를 감행하기 전에 제거하는 방식도 셈법에 넣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이 보기: 미 합참차장 "북한 미사일 계속 진화 중…발사 전 무력화 전략 추진"수퍼 전 부차관보는 미사일방어는 단순히 미국 본토방어 측면 뿐 아니라 동맹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미국이 본토방어에 소홀히 하면 한국, 일본과 같은 동맹의 확장억제력 공약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고 말했습니다.
하비 전 수석부차관보 “군축 요소, 핵태세 검토 셈법에 반영 필요”
한편 이날 대담에서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방부 핵과 화학-생물전 방어체계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존 하비 박사는 미국의 핵 태세검토(NPR)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가 결정과정에서 핵 군축 요소를 배제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 하비 전 수석부차관보] “My one concern about the Trump team is they tended to not emphasize the arms control piece of this, of our posture. And without it, we have a much more difficult time achieving what is absolutely essential for our posture which is to replace the aging systems…”
하비 전 수석부차관보는 핵 군축 요소를 포함하지 않는 검토과정은 정확히 미국이 필요한 태세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핵 현대화와 연계해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같이 보기: 미 국방부 고위 관리 "북한 등 적성국 핵 역량 고도화 심각...핵 태세 검토 내년 1월 완료"하비 전 수석부차관보는 이어 핵무기 역할 축소를 강조하는 최근 바이든 행정부 기조와 관련해 미국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동맹과의 사전 긴밀한 조율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비 전 수석부차관보는 또 핵무기 선제 사용금지(No First Use)공표는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고려하고 있다면 반드시 동맹 요소를 셈법에 넣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