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일본의 합참의장들이 최근 만난 것은 삼각 협력 복원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미한, 미일 간 의사 소통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합동참모본부는 30일 하와이에서 미한일 합참의장 회의가 개최됐다고 발표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세 나라 합참의장의 첫 대면 모임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과 원인철 한국 합참의장, 야마자키 고지 일본 통합막료장 외에도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관과 후임인 존 아퀼리노 신임 사령관, 케빈 슈나이더 주일미군 사령관이 동석했고,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미한일 합참의장 회의 “북핵 우려 공유, 상호 협력 증진 합의”
3국 합참의장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면서 역내 규범 기반 국제질서 증진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미 합동참모본부는 밝혔습니다.
특히 역내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해 상호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미 합참은 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밀리 의장은 “미국은 모든 범위의 군사능력을 동원해 확장 억제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한일 양국에 대한 철통 같은 방어공약을 재확인했습니다.
한국의 원 의장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안정을 위한 삼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야마자키 막료장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의 완벽한 이행을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합참의장 회의가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삼각 협력 복원을 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 “한일 신뢰 구축 첫 단계…미국 역할 중요”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낸 빈센트 브룩스 주한민군전우회(KDVA) 회장은 30일 VOA에 미국은 한일 관계 개선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우선 삼자 간 대화를 이끌어내는 소통로가 신뢰구축의 첫 단계로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한일 간 과거사 문제나 일본의 군사대국화 우려가 여전히 협력의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 “정당한 우려”라며, “또한 일부 경우엔 근거 없는 두려움에 기초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 브룩스 전 사령관] “These are legitimate concerns. In some cases, they are also fears that are not founded on anything substantial. Because of that, that is evidence that the relationship has to move forward where trust can be built… I think that's what the trilateral event is helping to enable taking the first steps.”
이 같은 불신은 한일 간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지표이며 결국 양자가 신뢰구축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이번 미한일 삼국 합참의장 대화 같은 행사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지난해 실시 삼국 미사일 추적 훈련, 협력 대표적 사례”
브룩스 전 사령관은 최근 미 회계감사원(GAO)이 지난해 미한일 삼국 미사일 추적 훈련인 퍼시픽 드래곤(Pacific Dragon)을 실시한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한 것과 관련해서도 “미한일 간의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공동으로 협력할 분야가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 브룩스 전 사령관] “That is no less the case in Pacific Dragon. And like all of the exercises there are options on how much communication volume there is about the exercise relative to 3 purposes… The fact that exercise (Pacific Dragon) occurred, or that they were trilateral in nature, that's a good thing. The trilateral relationship has always been ongoing… And often people focus on the points of friction and the differences without acknowledging the numerous commonalities”
브룩스 전 사령관은 당초 군 당국이 2016년 이래 이 훈련실시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준비태세, 억제력, 동맹안심 가운데 준비태세를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미한일 삼각관계는 이 같은 공동 이해에 따라 항상 유지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특정 의제에 대한 갈등과 입장 차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향후 미한일 삼각 군사협력에 장애가 많다고 보는 지적도 미국의 안보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됩니다.
브루스 베넷 “북핵 고도화로 일본 안보셈법 근본적 변화”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고도화는 그동안 일본열도를 후방기지로 간주했던 일본의 안보셈법에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 베넷 선임연구원] “If you're the Japanese, you're going to want to defend Japan. And the other alternative to missile defense, and you know, the passive defenses is offensive action. And so the US is asking Japan, please support us in defending Korea, and Japan is responding in turn, we're prepared to do that. But to do that, you have to also let us defend Japan.”
최근 일본 정치권에서 적 기지에 대한 선제타격론이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도 북한의 고도화된 사거리 역량 때문에 더 이상 수동적인 미사일 방어만으로는 일본의 방위를 담보할 수 없다는 셈법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은 북한에 대한 협력을 지지하는 대가로 미국에 유사시 일본 자체 방위를 개선할 수 있는 모든 범위의 선택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이 반대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방위성 관계자들은 북한의 사거리 확장으로 더 이상 일본은 후방기지가 아니라며, 한반도 문제에서 일본의 군사적 발언권을 반영해주길 촉구하고 있습니다.
디카하시 스기오 일본 방위성 방위연구소 정책시뮬레이션 실장은 지난해 1월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대담에서 일본이 배제된 역내 지휘통제구조를 ‘대표없는 과세’라고 비판하면서, 미한일 삼각 공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휘통제 구조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입장에서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협력은 병력 증원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사회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미한 정부의 소통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일부 일본의 정치권에서 과거사를 부인하는 발언이나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 나오는 것 역시 한국 사회 내 반일 감정을 조장하고 삼각협력을 방해하는 요소라며,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미일 간의 소통도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