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한, 미국과 대화 준비 됐을 수도...관여의 대가 최소화해야"

17일 한국 파주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와 마을.

북한이 최근 한국과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고 미-한 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등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현 상황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진전 방안을 모색한 가운데, 대화 분위기를 잘 살려야 한다는 의견과 북한의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 평화연구소에서 4일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북한을 상대로 평화와 비핵화에 진전내기’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미 평화연구소 토론회에 참석했다.

“남북외교 재개할 시기”... “미-북 관여의 첫 시작”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최근 남북한이 통신선을 복원하고, 이에 앞서 남북한 정상이 친서를 교환했다며 “지금이 남북간 외교를 재개할 탁월한 때”라고 평가했습니다.

윤 전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자연재해, 제재의 영향으로 북한에 절박함이 밀려들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북한이 대화에 준비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 전 대표] “I do believe the Biden administration is well qualified. More than that, they are prepared to engage N Korea but that engagement has to be somewhat shaped by S Korea and that shaping I think is quite important.”

윤 전 대표는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 관여할 준비가 돼 있지만, 그 관여는 일정 부분 한국에 의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전 대표는 “아직 미국이 북한과 관여할 진지한 시도를 하지 않은 점에 약간 실망했다”며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고는 하지만 아무런 내용이 없으며, 이는 대화에 관심이 없고 문제를 외면하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미국 평화연구소 토론회에 참석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대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남북 통신선 복원은 “상징적으로도 매우 중요할 뿐더러, 북한이 미국에도 접근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티븐스 전 대사] “I would take N Korea’s and S Korea’s announcements of its hotline is an excellent opening move, but we’re into a very complex set of variables and circumstances that we’re going to have to work together closely on in the weeks and months to come.”

스티븐스 전 대사는 “남북의 통신선 복원 발표는 탁월한 첫 시작 조치이지만 앞으로 매우 복잡한 변수들과 상황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며, (미국과 한국은) 수 주, 수 개월간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단기적으로는 남북한 (관계 진전의) 공간이 가장 타당하다”며 백신 협력과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들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미-한 연합군사훈련과 제재 면제 등에 대한 중요하고도 절묘한 결정들을 내려야 한다"며, 이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먼저 협의하고 장기적으로는 북한과도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김정은은 진전을 내기 위해 남북관계를 이용하곤 한다”며 “그래도 상관없으며, 이 상황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가 제안했는데 상대가 대답 안 했다’는 식으로 외교적 절차가 돌아가지는 않는다”며, “좀 더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같은 문제가 되풀이 되더라도 놀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커스 갈로스카스 전 국가정보국 북한정보담당관(좌)과 프랭크 엄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우)이 토론회에 참여했다.

“북한과 관여의 대가 최소화해야”... “현실적 기대해야”

마커스 갈로스카스 전 미 국가정보국(DNI) 북한정보 담당관은 당초 남북 통신선이 1년 전 단절된 이유는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발하고 위협과 강압을 가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하자”고 말했습니다.

또 이번 통신선 복원은 북한이 일시적이고 전술적인 변화를 감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갈로스카스 전 담당관] “We need to have realistic expectations going into any dialogue with N Korea, and we have to think about what Ambassador Yoon said, the costs of engagement and how do we minimize those costs.”

갈로스카스 전 담당관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는데 있어 현실적인 기대를 해야 한다”며 “대화의 대가를 생각하고 그 대가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갈로스카스 전 담당관은 “북한이 판을 재편한 데 대해 단순히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한) 동맹의 목표를 증진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진전시키는 방식으로 북한과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미-한 연합훈련 취소를 고려하는 것은 “김정은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날 발언 기회를 얻어 “미국은 북한과 대화하려고 하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We’re trying to have dialogue now because N Korea has not responded, there’s often that tendency of what can we offer them as a door prize to get them in the room? I’d like to hear what N Korea would be willing to offer since they’re the ones that have been breaking the U.N. sanctions.”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데려오기 위해 어떤 선물을 줄지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안보리 제재를 거듭 위반하는 것은 북한인 만큼 북한이 무엇을 협상장에 내놓을 준비가 돼 있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기동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학부총장이 미 평화연구소 토론회에 참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김기정 한국 정부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북한의 통신선 복원은 “미국에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기정 원장] “N Korea’s acceptance of a proposal to restore the communication line, this is a signal to Washington. They’re ready to talk but they’re waiting for some more specific stance or attitude from Washington.”

김 원장은 “북한은 미국의 보다 구체적인 입장과 태도를 기다리고 있다”며 앞으로 2주 뒤인 8월 중순이 미국과 한국에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원장은 “지금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에 좋은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