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8차 당대회, 경제 등 국내 현안 초점…핵 관련 대외 메시지 주목"

지난 2016년 5월 북한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7차 노동당 대회가 열렸다.

북한이 최대의 정치행사인 당 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당 대회에서 경제 등 국내 현안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과 관련해 신임 바이든 행정부에 어떤 신호를 보낼 지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현안들을 짚어봤습니다.

코로나와 수해, 제재 등 삼중고 속에 열리는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선 국내적 어려움을 타개하는 것이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4일 VOA에 “이번 당 대회 시기를 결정하는 데 국제적 요인 보다는 국내 요인이 더 중요했을 것”이라며 “북한은 이전의 5개년 경제계획이 실패한 뒤 경제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적으로 개최 필요성이 커져 7차 당 대회 이후 5년도 못 돼 또 열리게 됐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5월 7차 당 대회 개회 이후 이번 대회는 만 4년 8개월 만입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think probably domestic factors were more important than international factors in determining the timing of the congress. N Korea has a failing economy and needs to reset after the failure of the previous five-year plan.”

따라서 당 대회의 가장 큰 우선순위도 국내 경제가 될 것이라고 스나이더 국장은 말했습니다.

중앙정보국 CIA 분석관 출신인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도 김 위원장이 당 대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과 그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새 5개년 경제계획… 시장경제 요소 수용 수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8월 기존 5개년 경제계획의 실패를 인정하며,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새 5개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 자율화 조치가 계속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앞서 VOA에, 북한 당국이 시장 주도의 사경제를 제도권 안에 포함시키려는 일련의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y’ve come to the point where they know that in a mixed economy they have to have a more integrated approach to policy and the management and taxation.”

북한 당국이 ‘혼합경제’ 하에 공존하는 국영경제와 사경제의 통합을 강화하고, 사기업과 사업자들을 관리하며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관련 조치를 도입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5개년 계획의 중요한 부분은 북한 내부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책정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 가격에 비해 너무 동떨어져 있는 공식 가격이 이번 5개년 계획을 통해 현실적으로 조정될 지 주목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이 시장을 합법화하고 소유권을 인정하는 등 자율성을 확대하는 조치들을 얼마나 도입할지도 관심사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0월 10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이 열렸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핵 역량’ 관련 발언 주목… 열병식 열리나?

미국의 신임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이 핵무기 개발 등 무력을 과시하는 행보를 보일지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현재의 국방 태세와 핵역량과 관련한 북한의 발언도 중요하다”며 “바이든 정부가 매우 세밀하게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m really going to be interested in whether or not Kim Jong Un can say something other than the U.S.-DPRK relations depends on the U.S. giving up its hostile policy.”

스나이더 국장은 또 북한이 “‘미-북 관계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에 달렸다’라는 말 외에 다른 언급을 할 지도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적대시 정책’ 이라는 북한의 공식 때문에 2020년에 미북 협상이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에, 관련 언급은 2021년 협상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는 것입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선군정책을 다시 강화할 지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선군정책을 폐기했다는 견해도 있지만, 군사 분야는 북한의 경제, 안보, 정치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군정책 강화 여부가 주목된다는 것입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I’ll be looking for any kind of reinforcement of military-first politics, every though some say that that has gone by the wayside, I think the military is still the most important institution to Kim Jong Un and it certainly cuts across all the other areas…”

아울러 평양의 김일성광장의 행사 준비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된 가운데, 북한이 당 대회 시기에 맞춰 열병식을 개최할지도 주목된다고 맥스웰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한국 합참은 4일 “미한 정보 당국이 긴밀한 공조 하에 열병식 준비 동향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북한이 열병식에서 화성-15와 같은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미사일을 선보인다면 바이든 정부에 대한 ‘협박 외교’(blackmail diplomacy)를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미사일 발사의 준비 단계이며, 핵 협상 재개를 위한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제재 해제와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권력구조 개편… 김여정 지위와 역할은?

북한 노동당 조직 개편과 인사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입니다.

[녹취: 고스 국장] “We expect that there’s going to be some turnover in the Politburo and maybe even the Executive Policy Bureau, maybe even amongst the Central Committee departments.”

고스 국장은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당 중앙위원회도 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6년부터 김정은에게 직접적으로 충성하는 인사들을 중앙에 배치하는 세대교체가 일어났는데, 이런 움직임이 계속될 지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또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부터 권한을 참모들에게 위임하는 움직임도 일어났다며, 특히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새로운 지위가 부여될 지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백두혈통인 김 제1부부장이 새로운 지위를 통해 권력과 위상이 더 강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분야를 담당하게 되는 지는 알 수 있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한국 국정원은 11월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8차 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이 나올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의 군 지위가 ‘대원수’ 급으로 격상되고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당 직책이 격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당 대회의 형식에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앞서 7차 당대회는 총 나흘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