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다룬 영화 '암살자들', 미국 개봉..."가장 충격적이고 대담한 암살 다뤄”

지난 2007년 2월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인 김정남.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을 다룬 기록영화가 미국에서 개봉됐습니다. 미국 언론은 가장 충격적이고 황당한 실제 암살 사건을 다룬 기록영화라며, 용의자들이 정치적 인질로 묘사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을 소재로 한 기록영화 ‘암살자들’이 11일 미국에서 개봉됐습니다.

라이언 화이트 감독이 제작을 맡은 104분 분량의 이 영화는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가 VX 신경작용제를 김정남의 얼굴에 발라 숨지게 한 사건을 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사건 발생 약 사흘 뒤 검거됐지만, 이들에게 VX 신경가스를 건넨 것으로 알려진 신원 미상의 사람들은 끝내 붙잡히지 않았고 북한 정권과의 연관성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시티와 흐엉은 각각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정부가 주도한 장기간의 외교 로비를 거쳐 지난해 3월과 5월 공소 취하 등의 절차를 거쳐 석방됐습니다.

[다큐멘터리 암살자들] “Kim Jong Nam has just been assassinated. Two women has just been arrested in connection with the murder of Kim Jong Nam.”

뉴욕타임스 신문은 10일 영화평에서 ‘암살자들’이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의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의 행적을 매우 명료하게 보여준다”며 “이들이 국제 암살 사건에 연루됐는지 몰랐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말레이시아 사법 당국이 이들 두 용의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았으며, 변호인들과 영상 증거들을 통해 두 여성이 ‘속임수 영상’에 출연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아울러 용의자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목격자들이 재판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며 이 영화가 두 여성을 ‘정치적 인질’로 그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정남 암살 용의자인 베트남 국적 도안 티 흐엉(가운데)이 지난 2017년 3월 오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외곽의 세팡법원을 나서고 있다.

보스턴 헤럴드 신문은 9일 영화평에서 ‘암살자들’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충격적이고 대담한 암살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공항의 감시카메라 영상을 통해 4명의 북한 공작원과 두 여성 용의자들의 당일 행적을 담으려 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이 영화는 결론적으로 김정남 암살 사건이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권력을 공고히 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LA 타임즈는 ‘암살자들’이 “실제 일어난 범죄 이야기로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암살 그 자체 보다는 두 무고한 젊은 여성이 부당하게 이용당한 과정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감독이 사건 자체보다는 북한이라는 더 큰 수수께끼로 인해 흔들렸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일본에서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고발하는 애니메이션 ‘트루 노스’가 내년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트루 노스] “It is your duty as prisoners to bear witness to the punishment of traitors.”

‘트루 노스’는 박요한이라는 9살 소년이 통역관이었던 아버지가 간첩으로 몰리면서, 어머니, 누나와 함께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져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굶어서 앙상한 수감자들이 식량을 두고 싸우고 간수들이 수감자들을 죽을 때까지 때리며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공개처형을 수감자들이 의무적으로 봐야 하는 등 잔인한 수감 현실을 매우 자세하게 담고 있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달 이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며 “충격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트루 노스’는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의미를 찾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주인공 박요한은 정치범 수용소에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극복하고 따뜻한 인간애를 보이며 다른 수감자들까지 변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재일 한인 4세 에이지 한 시미즈 감독은 지난 6월 VOA와 인터뷰에서,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애를 조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루 노스’는 시미즈 감독이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들과 간수들 30여명을 인터뷰해 10년에 걸쳐 제작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