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싱가포르 회담 2주년] 5. 미-북 비핵화 협상 진전 방안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 최고 지도자의 역사적 첫 만남이었던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이번 주로 2주년을 맞습니다. VOA는 세기의 만남으로 주목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되돌아 보는 다섯 차례 특집보도를 전해 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꽉 막힌 미-북 비핵화 협상 전망과 진전 방안을 살펴봅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미-북 관계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 중입니다.

두 정상이 적대관계 청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등을 약속했지만, 지난해 2월 열린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은 지금은 매우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셔먼 전 차관] “I think we are at a very tough time, we’ve just seen North Korea, say that it wants to end any communications with South Korea. I think that’s an effort to gain attention and to make people deal in a different way they’ve done this before.”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낸 셔먼 전 차관은 최근 북한이 남한과의 통신 연락채널을 모두 단절한 데 주목했습니다.

이는 이목을 끌면서 다른 방식으로 협상을 하도록 만들려는 노력이라는 겁니다.

셔먼 전 차관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과제는 11월 대통령 선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대응, 흑인 사망 사건 해결 등인 만큼 당분간 북한과 진지한 협상에 나설 여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지금은 대화나 진전을 기대할 수 없는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I think domestic US developments suggest that the North will not want to engage substantive until it is certain that they are negotiating with a US administration that is going to be around for a few years. It’s not a time for the North to make any deals.”

북한은 앞으로 수 년 간 협상해야 할 미국 차기 행정부가 확실해질 때까지 실질적 관여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지난해 10월 스톡홀름의 북한대사관에서 미-북 실무협상이 결렬됐다고 발표하는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미-북 간 외교를 이어가려면 교착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하는데,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There is no common ground between the two sides. Unless North Korea changes its position, or is compelled to change its position by the United States, we will face a stalemate and North Korea will remain a de facto nuclear power.”

이견 조율의 시작점은 서로 다른 ‘한반도 비핵화’ 정의를 분명히 하는 것인데, 양측 간 공통점이 없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북한은 어렵게 얻은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고,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미-북 양측이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 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미국과 북한이 원하는 것을 한꺼번에 모두 얻으려는 협상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the idea that everything is going to happen and a big bang was never realistic.”

모든 것이 한 번에 일괄타결되는 `빅 뱅’식 접근법은 결코 현실적이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의 시간표를 제시하는 등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야만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미국은 기존의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서 제재 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정치적 움직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힐 전 차관보는 말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미-북 비핵화 협상을 견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의 점진적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제재 완화가 연동하는 ‘단계별 접근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즉각적 조치로 핵 분열 물질 생산 중단을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이외 다른 시설에 대한 신고와 폐쇄 조치를 약속한다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North Korea has refused to acknowledge that it has nuclear facilities, outside of Youngbyun, North Korea has only proposed to shut down and dismantle Younbyun which represents only the tip of the iceberg. I mean there’s a much bigger complex of facilities to produce.”

북한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영변 핵시설 폐쇄와 해체 만을 제시하며 영변 이외 다른 핵시설에 대해서는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겁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완전한 비핵화는 말 그대로 핵무기 생산 시설들의 전면적인 폐쇄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모든 대규모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하고 폐기 시간표를 설정한다면 북한의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영변 핵 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 강변에서의 굴착작업과 일부 차량들의 움직임이 확인된다. 사진제공: CNES / Airbus (Google Earth).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꽉 막힌 미-북 관계를 진전시킬 유일한 방법은 북한이 미국의 대화 요청에 조속히 응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The impasse on sanctions relief and complete denuclearization can only be resolved through working level negotiations. Once resolved, with timlines in an action for action process, then a third summit of the two leaders can be scheduled to memorialize the agreement.”

제재 완화와 완전한 비핵화를 둘러싼 교착 상태는 오직 실무 협상을 통해서만 풀 수 있다는 겁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행동 대 행동 과정의 시간표를 통해 교착 상태가 해소되면 관련 합의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세 번째 정상회담 일정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북 간 대화 동력을 되살리려면 트럼프 행정부가 역내 국가들과 협력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셔먼 전 차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보다 진지하게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격화되는 중국과의 갈등은 북한과의 대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셔먼 전 차관] “They need to consult with others who stakes in what happens after particularly, South Korea, Japan, even China, Russia”

한국과 일본, 심지어 중국, 러시아와 함께 대북정책에 대한 협의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다 현실적인 비핵화 접근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상호보완적 해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평화체제 구축을 언급했습니다.

[녹취: 컨트리맨 전 대행] “I would work first on some kind of peace regime to find a way without necessarily resolving other issues first to make clear that none of us are looking for conflict on the Korean peninsula. And that could include improving on the armistice from 1953.”

그 누구도 한반도에서 분쟁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다른 사안을 해결하기에 앞서 일종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1953년의 정전협정을 개선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고, 컨트리맨 전 대행은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의 비핵화 실무협상 복귀를 촉구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를 되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면 고립과 정권 약화가 심화되고 심지어 정권이 붕괴될 수 있다고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The only way to get denuclearization talks back on talk convince Kim Jong Un that his continued possession of nuclear weapons will lead to the further isolation and weakening of his regime, and even its downfall. Therefore, the policy that needs to be pursued is the application of massive pressure, isolation, sanctions, economic pain and other stresses on the regime to convince it that its current path will lead to collapse.”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 정권에게 지금 가는 길이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대대적인 압박과 고립, 제재, 경제적 고통 등을 가하는 정책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VOA가 다섯 차례에 걸쳐 준비한 기획보도 모두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