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주 낙태권 보장 개헌안 주민투표 통과...미 상원, 이스라엘 지원 예산안 부결

7일 오하이오주 유권자들이 주 헌법에 낙태 권리를 명기하는 개헌안에 대한 주민투표에 참가하고 있다.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민주당이 낙태 허용 여부가 쟁점이 된 주민투표와 주 의회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분리해 이스라엘만을 따로 지원하는 예산안이 하원과 달리 상원에서는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이어서 미 연방하원이 팔레스타인계 라시다 탈리브 의원의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관련 행보와 관련해 징계 조처를 결정했다는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7일 실시된 주 헌법 개헌안에 대한 주민투표와 주 의회 선거 등에서 민주당이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주민투표부터 보겠습니다. 7일 미 중부 오하이오주에서 주 헌법에 낙태 권리를 명기하는 개헌안에 대한 주민투표가 실시됐는데요, 찬성표가 통과 정족수인 절반을 넘었습니다.

진행자) 오하이오주에서 이날(7일) 주민투표가 실시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죠?

기자) 시작은 지난해 여름의 연방 대법원 결정입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임신 6개월까지 연방 차원에서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는데요, 이에 따라 각 주는 개별적으로 낙태법 폐기 여부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대법원 결정 이후 오하이오주는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시행했고요. 결국 주 헌법에 낙태 권리를 명기하는 주민투표가 실시되게 된 겁니다.

진행자) 낙태권 관련 대법원 판결 이후 낙태권을 보장한 주는 몇 곳인가요?

기자) 오하이오주의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30일 뒤 발효되는데요. 이로써 7개 주가 낙태권을 보장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낙태권 옹호단체들이 이번 투표 결과를 반겼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모든이의 생식의 자유’란 이름의 옹호단체 미니 팀마리주 회장은 낙태권 보장에 대한 7번의 주민투표가 모두 통과됐다면서, 공화당과 낙태 금지를 주장하는 극단주의자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팀마리주 회장은 "우리는 낙태 권리를 믿고, 바로 우리가 다수"라고 말했습니다. 낙태권 옹호단체들은 앞으로 애리조나와 사우스다코타, 미주리와 플로리다 주 등에서도 주민투표를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진행자)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오하이오주에서 낙태권 보장 주민투표가 통과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오하이오주는 대표적인 경합주로 꼽히는데요. 지난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각각 8%P 차이로 이겼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오하이오주에서 민주당의 핵심 안건인 '낙태권 보장'이 주민투표를 통과하면서 민주당이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점쳐지게 된 겁니다.

진행자) 그래서일까요? 이번 주민투표 결과를 누구보다 반긴 인물이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바로, 바이든 대통령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미국인들은 다시 한번 근본적인 자유를 보호하는 데 투표했고, 민주주의는 승리했다"며 이번 결과를 환영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공화당을 견제하는 메시지도 함께 냈습니다.

진행자) 어떤 내용이죠?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오하이오 주민들과 미국 전국의 유권자들은 마가(MAGA) 공화당원들이 뽑은 인사들에 의한 낙태 금지 입법 시도를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가는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영어 문구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인데요. 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경파 공화당 의원이나 지지자를 일컫습니다. 그러니까, 바이든 대통령은 오하이오 주민투표 결과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연결한 겁니다.

진행자) 민주당이 반길 소식은 오하이오주에서의 주민투표 결과뿐이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다른 주에서 있었던 주 의회 선거와 주지사 선거 등에서도 민주당이 반길 만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먼저 버니지아주인데요. 버지니아주 의회는 상원 40석, 하원 100석입니다. ‘AP’ 통신은 7일 실시된 버지니아주 상·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양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날 주 의회 선거가 중요했던 것은 영 킨 버지니아 주지사가 보수 안건 추진을 예고했기 때문이죠?

기자) 맞습니다. 앞서 영 킨 주지사는 현행 26주 이후 낙태 금지를 15주로 앞당기는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거나 의료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가 아니면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겠다는 겁니다. 이 법안은 이미 주 하원에서 통과됐고, 상원에서 막혔었는데요. 이번 투표에서 만약 상원도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는 결과가 나왔으면 예고대로 낙태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진행자) 다른 지역 투표 결과는 어땠나요?

기자) 보수 성향 켄터키주에서 민주당 소속 앤디 베시어 현 주지사가 공화당 대니얼 캐머런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공화당은 이 날 주요 선거에서 미시시피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습니다.

워싱턴 D.C. 시내 미 의사당 전경 (자료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은 미 의회로 가 보겠습니다. 이스라엘 지원 예산안이 상원에서 막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상원은 7일 투표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긴급 지원 예산 통과를 막았습니다. 이 예산안은 지난주 하원에서 통과됐지만 상원에서는 통과되지 못 할 것으로 전망됐었는데요, 예상대로 부결됐습니다.

진행자) 예산안이 어떤 내용이었죠?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무력충돌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등 지원에 143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예산안이 상원에서 통과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던 이유는,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한 예산안 중 일부만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예산을 요청했죠?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지원, 그리고 인도태평양과 국경 경비 강화 등을 아우르는 1천60억 달러의 통합 예산을 요청했는데요. 하원 공화당은 이 가운데 이스라엘 지원만 따로 뗀 예산안을 통과시킨 겁니다. 또 이를 위해 국세청에 배정된 예산을 삭감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진행자) 상원 민주당은 이번 예산안 부결 후 어떤 입장을 밝혔나요?

기자) 민주당은 하원 공화당이 이스라엘의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초당적 예산안 마련보다는 국세청 예산 삭감 등 공화당 유권자들이 반길 내용을 추진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늦추고 있다는 겁니다. 민주당 소속 패티 머레이 상원 예산위원회 위원장은 우크라이나는 지원 지연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지원 등과 관련한 예산은 한 부분이고요. 의회는 본 예산안 통과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2024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 이미 한 달이 훌쩍 넘었습니다. 아직 본 예산안은 통과되지 못했고, 지금은 이달 17일이 시한인 임시지출안으로 정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 마감 기한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건데요. 의회가 이 기간 안에 본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정부 부분폐쇄(셧다운) 상황을 맞게 됩니다.

진행자)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의회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죠?

기자) 네, 임시지출안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7일 비공개회의를 열고 임시지출안을 어떻게 연장할지에 대해 논의했는데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날 회의가 생산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존슨 의장의 발언 조금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진행자) 존슨 의장은 "우리는 분명히 정부 셧다운 상황을 피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전 세계가 위험한 시기이고 이를 인지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안에 (이를 피할)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존슨 의장은 앞서 내년 1월 15일까지를 기한으로 하는 임시지출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원 민주당 코커스 의장인 피트 아길라 의원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초당적 해법"이라며, 이것이 정부 예산을 마련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공화당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일부 강경파 의원은 임시지출안에 국경 경비 강화 등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하원과 상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고 통과될 수 있는 임시지출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라시다 탈리브 하원의원이 지난달 20일 워싱턴 D.C. 내셔널몰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 의회가 팔레스타인계 연방 하원의원에 대한 징계 조처를 내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연방하원이 7일,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하마스와 이스라엘 분쟁과 관련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민주당 소속 라시다 탈리브 의원에 대해 ‘견책(censure)’ 징계를 내렸습니다. 하원은 이날 탈리브 의원에 대한 견책 징계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는데요. 234명이 찬성표를 던지고 188명이 반대했습니다. 찬성표 가운데 민주당 의원 22명이 포함됐고, 공화당 의원 4명은 반대했습니다.

진행자) 라시다 탈리브 의원, 어떤 사람인지 배경을 잠시 들어볼까요?

기자) 탈리브 의원은 미국 의회에서 유일한 팔레스타인계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났습니다. 탈리브 의원의 부모는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입니다. 탈리브 의원은 2019년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과 함께 첫 여성 무슬림 의원으로 미 의회에 입성했고요.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온 인물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과 관련해 탈리브 의원이 어떤 행보를 보였길래 견책 조처를 내린 건가요?

기자) 탈리브 의원이 소셜미디어 X에 최근 미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담은 영상을 올린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영상에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촉구하는 동시에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은 자유로워질 것이다”라는 구호가 담겼는데요. 해당 구호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나 반유대주의 인사들이 이스라엘의 소멸을 주장하며 사용하는 구호로, 반유대주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됐습니다.

진행자) 탈리브 의원은 이에 대해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탈리브 의원은 해당 영상과 함께 게시한 글에서 ‘강에서 바다까지’는 죽음, 파괴, 증오가 아닌 자유, 인권, 평화로운 공존에 대한 열망이라고 주장하고, 자신의 변호는 종교와 민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위한 정의와 존엄성에 중점을 둔다고 강조했습니다. 탈리브 의원은 영상에도 직접 출연했는데요. 이 영상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지와 관련해, 탈리브 의원은 대다수 미국인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상에는 또 이스라엘 정부의 민간인 공격을 규탄하며 “조 바이든이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대학살을 지지했다”는 문장도 보였습니다.

진행자) 이날 탈리브 의원에 대한 징계 결의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기자) 결의안에는 탈리브 의원의 ‘강에서 바다까지’라는 구호 사용을 인용하며, 이는 이스라엘 국가를 팔레스타인 국가로 대체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그 국민을 파괴하려는 대학살 폭력을 촉구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또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중동 폭력 사태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탈리브 의원의 10월 8일 자 성명을 언급했는데요. 결의안을 낸 공화당의 리치 맥코믹 의원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해 탈리브 의원이 “거짓된 이야기를 조장”하고 이스라엘 국가의 파괴를 촉구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탈리브 의원은 하원 조처에 대해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탈리브 하원은 이날 하원 표결에 앞서 동료 의원들이 자신의 입장을 왜곡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비판은 온전히 이스라엘 정부를 향한 것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스라엘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반유대주의적이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긴다”고 말했는데요. ‘강에서 바다까지’라는 구호를 공유한 것과 관련해, 자신은 휴전을 촉구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모든 팔레스타인인과 마찬가지로 “나의 할머니는 우리 모두가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와 인간 존엄성을 가지고 살길 원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견책을 받게 된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뜻입니까?

기자) 견책 대상이 된 의원은 징계 결의 표결이 진행되고 하원의장이 견책 사유를 낭독하는 동안 의장석 아래 연단으로 불려 나가 공개적으로 질책을 받게 됩니다. 의원직이 박탈당하는 ‘제명’ 조처와 비교해 의원의 권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의원에 대한 견책 조처가 처음은 아니라고요?

기자) 네. 탈리브 의원은 의회에서 견책받은 26번째 의원입니다. 올해 기준으로 두 번째 견책 징계 조처인데요. 앞선 6월 공화당은 민주당 소속의 애덤 쉬프 연방 하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러시아 관계에 대한 과거 발언을 두고 대중을 오도했다며 견책 조처를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공화당의 탈리브 의원 견책 추진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주 공화당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연방 하원의원도 탈리브 의원 견책 결의안을 냈지만 부결됐습니다. 당시 공화당 의원 23명이 반대표를 던졌는데요. 대부분 ‘탈리브 의원이 반란(insurrection)을 주도한다’는 강한 표현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