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뤄지는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한국계 미국인 5명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이 중 3명의 여성 후보가 포함돼 연방 의회 설립 이후 최초로 한국계 여성 정치인이 의회에 입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총 435명의 하원 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 총 5명의 한국계 미국인 후보가 출마했습니다.
현재 하원의원 중 유일한 한국계인 앤디 김 의원은 뉴저지 3선거구에서 재선에 도전합니다.
2018년 초선에 성공한 김 의원은 1993년 의회에 입성한 김창준 전 공화당 의원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연방 의회에 입성한 한국계 정치인입니다.
김 의원은 하원 군사위원회, 소상공인위원회 등에 속해 '미-북 이산가족 상봉 법안 (H.R.1771)’, ‘미-한 동맹 지지 법안 (H.R. 889)’ 등 미-한 동맹과 미국 내 한인 문제에 관한 법안 다수를 공동 발의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 당적으로는 최초 한국계 하원의원인 김 의원은 각종 여론 조사에서 공화당의 데이비드 릭터 후보에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미 선거 예측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잇’은 2일 김 의원이 55.8%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며, 당선 가능성은 93%라고 예측했습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2일 김 의원의 재선 가능성을 94%로 내다봤습니다.
사상 최초 한국계 여성 연방의원 선출 여부 주목
이번 선거에서는 230년 미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계 미국인 여성 정치인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워싱턴 주 10선거구에서 출사표를 던진 메릴린 스트릭랜드 민주당 후보가 그 주인공입니다.
스트릭랜드 후보는 한국에서 군 복무를 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서울에서 태어난 직후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순자’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스트릭랜드 후보는 공식 홈페이지 등에서 한국계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표현해 왔습니다.
스트릭랜드 후보는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는 한국전쟁 등 한반도 역사와 현황에 관한 의회의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 달성을 위해서도 힘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스트릭랜드 후보] “I would say one thing I would want to do is just educate my colleagues in Congress and just do a better job of helping people understand the history of Korea. The other thing that I think is important too is making sure that we build stronger relationships between people who are Korean-American and people who are not….”
또 한인사회와 미국사회가 좀 더 강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더 나아가 후대 한인들을 위한 기회 보장 측면까지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주의 타코마 지역 시장을 2010년부터 8년간 역임하며 정치 경험을 쌓아온 스트릭랜드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파이브서티에잇은 2일 스트릭랜드 후보가 56.7%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며, 승리 가능성을 85%라고 예측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지역… 3명의 한국계 의원 출마
스트릭랜드 후보 외에도 두 명의 한국계 여성 정치인이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2년전 선거에서 아깝게 패배한 영 김 공화당 후보는 캘리포니아 39지역구에서 재도전합니다.
에드 로이스 전 하원 외교위원장의 아시아 정책보좌관 등으로 20년 이상 의회에서 근무했던 영 김 후보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미-한 관계 증진과 북한 문제 해결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영 김 후보]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해서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연방 하원의원으로서도 그 일을 계속 하고요. 또 북한이 자유 민주주의 국가가 되고, 북한에서는 핵 무기가 모두 폐기돼서, 한반도가 새로운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데 아끼지 않겠습니다.”
미 정치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영 김 후보와 길 시스네로스 하원의원이 2018년에 이어 다시 한번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측한 가운데, 일부에선 시스네로스 의원의 재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파이브서티에잇과 이코노미스트는 2일 영 김 후보의 지지율을 각각 47.6%, 47.4%로 예측하면서, 민주당 시스네로스 의원이 각각 4.8%p, 5.2%p 차로 앞서고 있다고 집계했습니다.
한국 출신 이민자인 미셸 박 스틸 공화당 후보도 캘리포니아 48선거구에 출마해 한국계 최초 여성 하원의원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스틸 후보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장을 2017년부터 역임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트럼프 대통령 임명으로 아시아 및 태평양계 미국인 대통령 자문위원회 공동 의장직을 맡기도 했습니다.
스틸 후보도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당선된다면 미-한 양국 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스틸 후보] “저는 다리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과 미국 자체 내에 서로 연결을 시켜주는 역할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스틸 후보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 등 여론 조사에서 현역인 민주당 할리 루다 의원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파이브서티에잇과 이코노미스트는 스틸 후보의 득표율을 각각 48.0%, 48.4%로 예측했습니다.
한인 2세 변호사 데이비드 김 후보 또한 캘리포니아 34지역구에서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여론 조사에서 지미 고메즈 현역 의원에 비해 지지율이 한참 뒤지는 것으로 집계돼, 이번 선거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김 후보 등 한국계 후보들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정당에 상관없이 더 많은 한인 정치인이 의회에 입성해, 미국 내 한인 사회의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