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유엔 이어 EU 올해 인도적 지원 대상서도 제외…구호단체들 "내부 상황 알 수 없어 답답"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 너머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자료사진)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 너머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자료사진)

유엔이 올해 인도적 지원 대상국에 북한을 포함하지 않은 데 이어 유럽연합도 대북 인도주의 지원금을 배정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내 대북 지원단체들은 활동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올해 북한에 대한 초기 인도적 지원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EC 공보실] “No EU humanitarian funding has been allocated to DPRK in our 2021 Initial Humanitarian Aid budget. Regarding recent examples of EU humanitarian

support in the country, in 2018; the EU assisted people affected by floods and in 2019 helped those affected by drought and food insecurity.”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공보실은 29일 최근 공개한 ‘2021년 초기 인도적 지원 계획’ 중 북한 관련 사업에 대한 VOA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올해 아시아와 남미 지역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 예산으로 1억 8천 유로, 미화 2억 1천 800만 달러를 배정했지만 북한은 지원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유럽연합은 이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유럽연합은 2018년 북한 내 대규모 홍수와 관련해 국제적십자연맹의 재난구호 긴급기금에서 11만 1천 달러를 지원했었습니다.

이어 2019년에도 가뭄과 식량안보에 영향을 받은 북한 주민들을 위한 구호활동에 6만1천 달러를 지원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이 전 세계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나라와 지원 규모를 책정해 발표하는 ‘2021년

인도적 지원 개요’에서도 제외됐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북한 당국의 이동 제한 조치로 내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북한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엔과 유럽연합 등의 지원 대상에서 북한이 제외되면서 인도적 지원단체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29일 VOA에, 유엔에 이어 유럽연합이 인도적 지원금을 북한에 사전 배정하지 않기로 한 것은 구호단체들의 폭넓은 지원사업에 큰 제약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Their job is critical, you have NGOs working in agricultural development, NGOs working for community,”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세계적으로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9월 북한 평양의 류경생활용품공장에서 마스크가 생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세계적으로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9월 북한 평양의 류경생활용품공장에서 마스크가 생산되고 있다.

소바쥬 전 소장은 북한에서 농업개발과 지역사회 증진, 축산업과 보건교육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벌이는 비정부기구들을 돕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EC가 사전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으면 향후 모금 활동에도 그만큼 더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 다니엘 월츠 국장도 VOA에,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여전한 가운데 북한 내 취약 주민 수는 많아지고 국경은 조만간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원단체들은 올해 더 큰 도전의 해를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월츠 국장] “Even though the level of need is great, however, it will be challenging for international aid to allocate money or resources.”

북한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은 커진 반면 국제사회로부터 지원 자금과 자원을 모금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월츠 국장은 실질적인 도움 전달 시기를 약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 모금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일찌감치 국경을 걸어 잠근 북한의 방역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인도적 지원활동을 멈춘 구호단체들의 답답함은 쌓여만 갑니다.

다니엘 재스퍼 미국친우봉사회 워싱턴지부장은 29일 VOA에, 대북 지원사업을 시작한 40년 이래 지금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스퍼 지부장] “If the borders were open, we would be sending supplies to aid in the planting , harvesting crops.”

재스퍼 지부장은 북-중 국경이 열려 있었다면 이맘 때 북한 내 협력농장에서 사용할 농자재를 보냈을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올해 지원이 언제 재개될지 조차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황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북한 내 식량안보는 더욱 악화하고, 의료 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의 수는 더욱 늘어나는 만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 깨끗한 식수 제공 지원사업을 벌여 온 구호단체는 북한 상황을 파악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재무부로부터 특별수출허가를 받아도 국경이 봉쇄돼 물자를 보낼 수 없는 실정이고, 이미 북한 내 창고에 있는 물품과 사업 진행 상황 등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수 십 년째 결핵환자를 검진하고 치료해 온 단체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단체는 북-중 국경에 수 개 월째 결핵치료제와 약품 등을 담은 컨테이너가 대기 중이라며, 보관료만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