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제 행보가 두드러집니다. 최근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김 위원장은 발사장이 아닌 주택 건설현장을 방문했는데요.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경제난 속에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래 처음으로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한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발사를 참관하지 않고 주택 건설현장들을 찾았습니다.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26일 VOA에, 김 위원장이 이를 통해 대내, 대외적 신호를 보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on the one hand he doesn’t want to put too much emphasis internally on these missile shots. Obviously they reported that they occurred, but he wants to make sure that people understand that he is still interested in the economy and focused on the economy.”
고스 국장은 김 위원장이 “대내적으로 미사일 발사를 너무 크게 강조하고 싶어하지 않은 것 같다”며 “비록 미사일 발사가 (북한 매체에) 보도됐지만 김 위원장은 주민들에게 자신이 여전히 경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외부 세계에 대해서도 자신이 미사일뿐 아니라 경제에 집중하고 있으며 다양한 관심사가 있다는 점을 알리려 했다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지난 2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인 신형 전술유도탄을 발사한 날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 도심의 고급주택단지 부지를 시찰했습니다. 이때 관영 `노동신문'은 1면에 김 위원장의 경제 시찰을, 2면에 미사일 발사 소식을 실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26일 VOA에 북한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래 매우 조심스런 모습을 보여왔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와 직접 연계되고 싶지 않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e priority right now seems to be internal and it seems to be domestic and it’s been a very stressful year domestically with the quarantine.”
스나이더 국장은 김 위원장이 코로나 봉쇄 이후 매우 힘들어진 상황에서 ‘국내 문제에 가장 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도 또다른 이유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성과 내려 해”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매우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 “김 위원장에게 있어 미사일 발사장 시찰은 덜 중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고문] “I think it was less important for him to be present there for domestic purposes than to be seen to be really pushing forward on his economic agenda and finding ways to deliver deliverables, something that’s real. In an extremely difficult economic environment, he wants to be seen to be really focused on that.”
그보다는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 노력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는 것입니다.
뱁슨 고문은 김 위원장이 올해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평양 주택 1만 세대 건설을 한 가지 사례로 꼽았습니다.
북한은 올해 초 당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평양에 주택 1만 세대, 5년 안에 5만 세대를 짓기로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다음날인 23일 평양시 사동구역 송신.송화지구에서 열린 착공식에 참석했습니다.
뱁슨 고문은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의 대규모 주택 건설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뱁슨 고문] “10,000 housing is one of the things you can do because most of the materials are locally available construction material and labor is locally available. There’s very little need in way of imports to pursue housing construction program like that compared with other things.”
건설자재와 노동을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고, 수입을 거의 하지 않고도 주택 건설은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성장 한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앞서 VOA에 1만 세대 주택 건설에 돈주들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위원] “북한에서 아파트를 건설하는데 그동안 돈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돈주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돈과, 아파트를 원하는 입주자들의 돈을 끌어 모아서 대형 아파트를 건설했기 때문에, 평양에서 1만 세대 아파트를 건설한다고 하면 돈주들이 그것을 통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본을 증식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예상해 볼 수 있겠고요..”
다만, 아파트의 외관만 짓는 것이 끝이 아니라 내부 설비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많은 평양시민들이 이미 부실한 아파트 시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무역회사 부대표를 지낸 뒤 미국에서 컨설팅 활동을 하는 탈북민 이현승 씨입니다.
[녹취: 이현승] “아파트를 지으면 온갖 시스템이 따라가야 되거든요. 온수정화 시스템, 난방 시스템, 전기 시스템 따라 가야죠. 보시다시피 북한에서 온수 정화가 잘 안 돼서 사람들이 배설물도 처리 못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광복거리, 통일거리, 옛날 김정일 때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을 했는데…”
이현승 씨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실적을 쌓고 눈길을 끌기 위해 지방이 아닌 평양에 살림집을 집중적으로 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외부 교역 없이 자력 갱생은 한계”
한편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자체적인 경제난 극복 노력이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코로나 봉쇄로 외부에서 물품 조달이 크게 떨어져 북한 내부에서 경제난을 일으키고 있다”며 “현재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경제난 극복 노력에 대외무역 중단이 가장 큰 한계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소비와 산업생산 등이 대외교역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는 것입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 내부에서 외화가 고갈된 것도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