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한국 국회의장이 북한에 남북 국회회담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북한의 대남 공세로 교착 상태에 놓인 남북관계에 새로운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병석 한국 국회의장은 17일 72주년 제헌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북한에 남북 국회회담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박 의장은 “한반도 운명의 주체는 남과 북”이라며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이 같은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녹취: 박병석 의장] “나는 국회의장으로서 북측 최고인민회의 대표에게 남북 국회회담 개최를 공식 제의합니다. 나는 국회의장으로서 북측 최고인민회의 대표를 언제 어디서든 만나 마음을 열고 남북관계와 민족 문제를 진정성 있게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박 의장은 남북 국회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의 의지를 천명하고, 남북관계를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안을 찾아내자”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방역과 보건, 의료, 농업, 산림 분야, 그리고 남북 철도와 도로 협력 등 민족의 안전과 공동 번영에 대한 제도적 방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의장의 제안은 전날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 대한 호응으로 풀이됩니다.
문 대통령은 16일 21대 국회 개원식 연설에서 “남과 북이 합의한 전쟁 불용과 상호 간 안전보장, 공동 번영의 3대 원칙을 함께 이행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역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들의 ‘제도화’와 사상 최초의 ‘남북 국회회담’이 21대 국회에서 꼭 성사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박 의장의 제안과 관련해 북한이 응할 경우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17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남북 의회 협의에 따라 국회회담이 추진될 경우 정부는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국회회담 제안과 관련해 북한에 따로 전달한 게 있느냐는 질문엔 아직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북한의 기관은 ‘최고인민회의’입니다. 현재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박태성, 부의장은 박금희·박철민이 각각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초기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겸했지만 지금은 대의원 자리를 내놓았습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한국 내에선 남북 정상 간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당국 간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이 국회회담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과, 경제난이 심각한 북한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국회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 등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