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특구 가운데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은 라선과 원산, 은정, 신의주 정도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들 특구도 본격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싱가포르의 대북 교류단체인 `조선 익스체인지'의 안드레이 아브라미안 이사가 19일 워싱턴의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에서 북한 경제특구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아브라미안 이사는 ‘북한 경제특구의 기본’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해 제정한 경제개발구법을 통해 지방마다 크고 작은 각종 특구를 설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이를 담당하고 있는 중앙과 지방 관리들도 열성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브라미안 이사는 이들 관리를 대상으로 평양과 원산, 라선 등에서 실시한 ‘조선 익스체인지’경영훈련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 중앙정부의 지원과 개발 역량을 갖춘 특구는 라선과 원산, 은정, 신의주 등 네 곳에 불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안드레이 아브라미안, 조선 익스체인지 이사] “They do offer platforms for...”
이들 네 개 특구는 북한이 새로운 경제정책을 실험할 장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라선에서는 북한 주민 개인이 아파트를 구입해 정식으로 소유권을 갖는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개인재산권을 인정하고 여기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북한 당국이 검토하고 있다고 아브라미안 이사는 전했습니다.
원산의 경우 북한이 지난해와 올해 공식 발표한 경제특구 명단에는 들어있지 않았지만 지난 6월 관광특구로 지정된 뒤 통천과 금강산지구까지 묶는 대규모 관광지대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녹취: 안드레이 아브라미안, 조선 익스체인지 이사] “On their own the Koreans began...”
아직 대규모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지는 못했지만, 북한 당국이 자체적으로 호텔 네 곳을 정비하고 있고, 하수도 시설을 정비하고 공항도 건설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브라미안 이사는 북한 관리들도 원산특구의 성공을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투자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관건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밖에 신의주특구는 전통적인 중국과의 교류, 은정 첨단기술개발구는 평양과의 인접성 때문에 각각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기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 본격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녹취: 안드레이 아브라미안, 조선 익스체인지 이사] “You can’t really do anything ...”
외국인들에게 특구를 홍보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연결이 필수적인데 북한 당국이 최근에야 이 문제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아브라미안 이사는 에볼라 사태에 대응해 북한 당국이 외국인의 입국 제한과 격리 조치를 결정하면서 혼선을 빚었다며, 정책결정자들이 실제 경제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