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미-북 관계 악화 등에 따른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확고한 안보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가 한층 불안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8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미-북 관계 악화 등으로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이런 상황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고 미국의 소니사 해킹 등으로 인해서 전개된 상황으로 한반도 안보는 더욱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또 올해 초 한국 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했지만 북한은 이런저런 요구사항들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도발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때일수록 군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확고한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근 ‘북한 붕괴 발언’ 이후 북한이 더 이상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반발하면서 미-북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데 따른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정부 안팎에선 특히 다음달 미-한 합동군사훈련을 앞두고 북한이 긴장을 끌어 올리기 위한 무력시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주재한 것으로, 회의에는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국가정보원, 군, 검찰, 경찰 관계관과 광역 시도지사 등 23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1988년까지 해마다 이 회의를 직접주재했지만 이후엔 재임 기간 중 두세 차례만 주재하고 나머지는 의장인 총리에게 맡겼습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그런 회의를 2년 연속 주재한 이유에 대해 현재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한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의 대화는 없다고 선언한 북한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미국을 추종하는 외교를 벗어나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논평에서 올해 들어 남북대화 분위기가 고조되자 미국이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북한 붕괴론’까지 거론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미국이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를 거듭하며 미-한 공조체제에 틈을 벌려 남북관계를 주도해 보려는 시도라는 관측입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남광규 교수입니다.
[녹취: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북-미 간 설전이 강하더라도 남북관계는 약간의 여지를 주면서 남한 정부가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이 나가게끔 유도해 나가는 그런 부분이 아직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도 4일 미-한 관계가 주종관계라며 한국이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민족 문제와 통일 문제를 동족끼리 허심탄회하게 풀어나갈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