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의 고위 당국자가 장기 교착상태에 놓인 협상의 재개를 위해 이른바 ‘탐색적 대화’를 추진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과의 협상 의지가 충만해 있다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과의 협상 의지가 충만하다며 비핵화 협상의 조기 재개에 대한 의욕을 강하게 나타냈습니다.
황 본부장은 12일 서울에서 열린 한반도경제포럼에서 ‘2015 한반도 정세와 북 핵 외교’를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북한도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황 본부장은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 5개 나라들이 지난 수 개월 동안 협의한 결과 현재 나타나고 있는 북한의 핵 활동을 바꿔야 하고 적절한 여건 아래 비핵화 협상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습니다.
또 5자는 북한을 만나면 핵 협상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지 공통으로 제시할 생각을 마련했다며 이를 북한에 전달하고 북한의 반응을 알아보는 이른 바 ‘탐색적 대화’를 추진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황 본부장은 북한도 이런 5자 간 공감대의 무게를 인식하고 진정한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국은 물론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가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국제안보 현안이라며, 북한이 시간을 자기 편이라고 믿고 있다면 잘못된 계산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고 있고 이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협상 재개를 위한 여건과 관련해선 현재 가동되는 영변의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 관련 핵 활동의 중단,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 (IAEA) 요원의 영변 복귀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황 본부장은 만약 탐색적 대화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면 6자회담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선 ‘북한 핵무기 개수가 최대 100 개에 달할 수 있다’, ‘10 개 미만이다’ 등 다양한 추산이 나오고 있지만 과장이거나 과소평가일 수 있고 현실적인 판단이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습니다.
또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한 군사훈련을 놓고 비난 수위를 높이며 특히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을 ‘정의의 칼 세례’라며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의 대화 제의에도 호응을 하지 않은 채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내부정세에 대해선 김정은 유일지배체제를 어느 정도 공고화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불안정 요소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러시아를 지렛대 삼아 중국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이른바 ‘위험 회피’ 외교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이런 전략이 잘 먹혀 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황 본부장은 러시아가 서방 제재와 원유와 가스의 국제 가격 하락으로 북한과 본격적 경협에 나서기 어려운 데다 북한보다는 중국과의 관계를 훨씬 더 중시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