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수사 중인 한국 경찰은 피의자가 평소 북한에 동조하고 반미 성향이 강해 극단적인 행동을 벌인 것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또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에 대해선 계속해서 수사를 벌일 방침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수사 중인 한국 경찰은 13일 피의자 김기종 씨에 대한 1차 수사를 마무리 짓고 살인미수와 외교사절 폭행, 업무방해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또 공범과 배후세력,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수사를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김철준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은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김 씨의 북한 동조와 반미 성향이 극단적 행동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철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피의자는 평소 반미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사가 미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에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과거 행적과 현장 발언 등을 볼 때 피의자의 반미 성향이 대사를 공격하는 극단적인 행위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합니다.”
김 씨는 또 조사 과정에서 한국을 미국에 예속된 반식민지 사회이고 북한은 자주적 정권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했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은 또 김 씨가 이번 범행을 치밀한 계획 아래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김 씨의 컴퓨터 등 디지털 증거를 분석한 결과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된 지난 2일 리퍼트 대사의 블로그와 ‘오바마’, ‘키 리졸브 연습’을 검색어로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범행 전날엔 형법을 검색하는 등 범행을 준비한 정황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기자회견이나 거리 캠페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키 리졸브 연습 중단을 주장해 왔지만 예정대로 훈련이 시작된 데 대해 분노해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경찰은 또 김 씨가 부인하고 있지만 살해 의도를 갖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김 씨가 위해를 가할 목적으로 흉기를 행사장에 가져갔다고 진술했고 현장에서 대사를 발견하자마자 범행한 점, 칼을 머리 위까지 치켜든 후 내리치듯 가격했다는 목격자 진술, 그리고 피해자의 상처가 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의 범행 배후와 공범 여부, 그리고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에 대해선 수사본부를 유지해 계속 수사할 방침입니다.
경찰은 그동안 김 씨의 집 겸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김 씨의 이전 행적과 통화기록, 은행계좌 등을 면밀히 분석해 왔습니다.
특히 김 씨에게서 압수한 증거품 가운데 이적성이 의심되는 서적 등 43 점을 확보해 외부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현재까지 24 건에 대해 이적성이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김철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입니다.
[녹취: 김철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이 과정에서 확인된 간첩죄 처벌 전력이 있는 김모 씨, 이적단체인 연방통추 핵심 구성원 김모 씨 등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와 후원금 계좌 입금자 및 단체부터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에 앞서 12일 사건 피해자인 리퍼트 대사를 상대로 대사관저에서 피습 당시 상황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고, 리퍼트 대사는 김 씨에게서 살해 의도를 느꼈고 김 씨에 대해 처벌을 원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는 지난 5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조찬 강연회에서 흉기로 리퍼트 대사의 얼굴과 왼쪽 손목 등을 찔러 중상을 입힌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