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멕시코에 억류돼 있는 북한 선박 무두봉 호가 유엔의 제재 대상인 북한 해운회사 소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 선박이 안보리 제재와 무관하다며 즉각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안명훈 차석대사는 8일 기자회견에서 멕시코에 억류된 북한 화물선 무두봉 호는 유엔 대북 제재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013년 7월 미그-21 전투기와 지대공미사일 등을 불법 운반하다 파나마에서 적발된 북한 화물선 청천강 호의 실소유주가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로 밝혀진 뒤, 지난해 7월 유엔이 이 회사를 제재 대상에 올렸지만 무두봉 호는 이 회사 소속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는 북한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유엔주재 멕시코대표부의 리카르도 알데이 대변인입니다.
[녹취: 리카르도 알데이, 유엔주재 멕시코대표부 대변인] “The vessel is an asset...”
무두봉 호는 유엔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의 자산이며 이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에서 이미 공개된 사실이라는 겁니다.
알데이 대변인은 멕시코가 유엔 회원국으로서 안보리 결의 이행 차원에서 무두봉 호를 억류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1718 호와 2094 호는 북한의 불법 무기 계획을 지원하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단체와 개인의 자산에 대해서는 회원국들이 즉각 동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은 지난 2월 말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무두봉 호를 포함한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 소유의 선박들도 이 같은 규정을 적용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전문가 패널은 무두봉 호와 원양해운관리회사의 관계도 증거자료와 함께 자세히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무두봉 호는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 8월 멕시코 해운당국의 검색을 받을 당시까지도 원양해운관리회사를 소유주 또는 운영자로 외국 당국에 신고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에는 서류상 소유주를 무두봉해운으로 등록해 놓고도 북한 측이 이런 행태를 보였다는 겁니다.
전문가 패널은 북한의 국가해사감독국이 발급한 무두봉 호의 선박 안전관리 증명서와 이행증서, 선박 연혁기록부 등의 회사명 란에 원양해운관리회사가 일관되게 기입돼 왔다며 이들 문서의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해 5월 체결된 원양해운관리회사와 무두봉해운회사 간의 영문 계약서에도 무두봉 호의 관리자와 운영자는 원양해운관리회사로 나와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외국 선박관리 회사가 무두봉 호에 보낸 청구서를 보면 원양해운관리회사의 계좌가 적혀 있습니다. 전문가 패널이 입수한 무두봉해운회사의 용선계약서에는 이 회사의 전화번화와 이메일 주소 란에 원양해운관리회사의 전화번화와 이메일 주소가 적혀 있습니다.
6천7백t급 화물선인 무두봉 호는 지난해 7월 쿠바를 떠나 북한으로 향하던 중 멕시코 베라크루즈 주 툭스판해 인근 해역에서 좌초한 뒤 멕시코 당국에 억류됐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당시 이 선박이 툭스판해 인근의 산호초를 파괴한 데 대해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북한은 이에 따른 비용을 지불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