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가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지금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은 북한이 점진적으로 내부개혁을 이루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러시아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사회과학원의 게오르기 톨로라야 아시아전략센터 소장은 11일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에서 “한반도 안보와 통일의 딜레마: 러시아의 시각”이란 제목의 주제 발표를 했습니다.
톨로라야 소장은 현재로서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안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 사회과학원 아시아전략센터 소장] “We have already lost...”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은 이미 사라졌고 현재로서는 북한의 핵개발 계획을 동결시켜 핵미사일 기술을 완전히 습득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유일한 방안이라는 겁니다.
톨로라야 소장은 지난 몇 년간 러시아 정부의 고위급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주요 정책목표로 언급하는 것을 못 봤다며 이는 러시아 정부도 북한의 비핵화가 가까운 장래에 실현될 수 없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 역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대북 관여정책이 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톨로라야 소장은 북한이 점진적으로 내부개혁을 이루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 사회과학원 아시아전략센터 소장] “Make it a country, a normal country...”
북한이 권위주의적인 정권 아래에서 제한적인 시장경제 체제를 운영하도록 한 뒤 차츰 자유경제 체제로 이행하도록 해서 정상적인 국가가 되도록 하자는 겁니다.
톨로라야 소장은 이 같은 체제전환이 이뤄지는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현재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장화 현상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내부개혁을 위해서는 미국과 한국 등 주변국가들이 북한 권력층의 안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김 씨 일가의 독재체제가 아니라 일종의 세습적인 귀족사회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권력층을 배제하거나 무너뜨리려는 대북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고 이들을 어떻게든 상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톨로라야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 사회과학원 아시아전략센터 소장] “And I do believe that South Korea at this point can...”
미국은 핵 문제를 최우선시하기 때문에 대북 관여정책을 펼칠 여지가 별로 없는 만큼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톨로라야 소장은 이를 위해 한국이 5.24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라진-하산 물류사업과 북한 내 철도 개보수 사업 등 러시아가 진행하고 있는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업 뿐만 아니라 남-북-러 3각 협력 사업 역시 이러한 정책 방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