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해선 미국 정부가 북한과 평화협정 협상을 병행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북한의 진의를 알 수 있는 기회로 삼기 위해서라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 노스’의 운영자인 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초빙연구원은 미국은 북한에 평화협정과 비핵화 협상을 병행하는 방안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위트 연구원은 12일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SAIS) 산하 미한연구소와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이 서울에서 공동 개최한 포럼에서 북 핵 문제를 둘러싼 외교를 되살릴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초빙연구원] “One of things I think we should do is to say to N.Koreans we are happy to sit down with you tomorrow and negotiate peace treaty and by the way part of that negotiations should be denuclearization”
위트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는 북한에 평화협정 협상에 기꺼이 응할 준비가 돼 있지만 비핵화 문제를 반드시 함께 다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평화협정은 북한이 인식하는 위협을 다루기 위한 것이고, 비핵화는 미국이 인식하는 위협을 다루려는 것이라며 쌍방의 위협을 줄이는 방식을 택하는 게 현실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이 제기한 방안은 미국과 한국 정부가 북한의 최근 잇단 평화협정 협상 제안들을 일축한 것과는 다른 입장입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평화협정 협상에 앞서 북 핵과 인권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고, 황준국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얼마 전 북한의 의도가 비핵화의 초점을 흐리려는 데 있다고 거부 입장을 밝혔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또 북한도 민간채널 차원의 이른바 ‘트랙 2’ 접촉에서 이런 방안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전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2013년과 2014년 북한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 등과 비공식 접촉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평화협정 문제가 한국과 중국도 관련된 복잡한 문제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평화협정 협상에서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나 미-한 동맹 파기, 주한미군 철수 등을 조건으로 걸고 나올 위험성에 대해선, 그런 요구를 하면 협상이 안 된다는 것을 모를 만큼 북한이 어리석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설사 그런 요구를 한다고 해도 미국이 협상을 접으면 그만이라며 북한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로도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이와 함께 남북한의 통일이나 북한 붕괴를 통해 북 핵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일부의 인식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통일의 구도를 바꿀 것이며 북한은 자신이 원하는 조건이 아니면 누구와도 통일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