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북한에 8.25 합의 사항인 남북 당국 간 회담 개최를 연일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외관계 안정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과 실익 없는 한국과의 대화가 가져 올 부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황교안 한국 국무총리는 남북 당국자 회담이 하루속히 이뤄져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황 총리는 17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70년째 지속되는 남북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적인 통일을 실현해 한반도에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의 꽃을 활짝 피워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지난 5일 통일준비위원회 제 6차 회의에서 남과 북의 상호 관심사와 한반도 미래를 위한 논의들을 하루속히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당국회담 개최를 촉구했습니다.
남북한은 지난 8월25일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8.25 합의 이후 남북 당국회담 개최를 위해 예비접촉을 하자고 9월에 두 차례 그리고 10월 말 한 차례 각각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9월 첫 제안 땐 한국 통일부 당국자들이 남북 대결 선동에 앞장선다는 이유로 거부했고 10월 말엔 아예 한국 측의 제안이 담긴 통지문을 접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후 대통령과 총리, 장관 등 최고 당국자 수준에서 회담 개최를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 당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관영매체들을 통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자 논설에서 최근 미-한 군사위원회 회의 등에서 논의된 작전계획들과 북한인권 문제를 다룬 서울인권회의가 열린 사실 등을 언급하며 한국 측에 `대화를 말하기 전에 품은 칼부터 버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북한의 대남 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도 16일 한국 정부의 회담 촉구를 ‘대화 타령’이라고 깎아내리면서 8.25 합의 이행과 관계 개선이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책임을 북한에 씌우려는 흉심이 깔려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국 차원의 반응을 자제하고 있는 데 대해 판을 깨려는 의도는 없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북한이 회담 개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원인을 한국 측의 대결적 태도 때문이라고 압박하면서 한국 내 여론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일단 대화 거부를 낮은 차원에서 하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대화 여지를 남겨 두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화 거부 내용을 보면 비방중상 중단 등 정치적 차원의 몇 가지 요구를 했습니다. 이런 것을 한국 측이 미리 알아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라, 이런 측면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8.25 합의를 자신들이 주도해 남북관계 냉각 국면을 전환시킨 계기로 평가했기 때문에 일정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스스로 지도력에 흠집을 내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또 북한은 류윈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을 계기로 마련된 북-중 관계 개선의 동력을 유지하고 내년 5월 열리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대외관계를 안정시켜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도 당분간 유화적 자세를 견지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전망입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입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지금 북한의 생각은 남북관계는 이렇게 걸쳐두고 대외관계 쪽의 분위기를 잡고 당 대회를 하겠다, 그런 흐름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당국간 회담에 응할지에 대해선 예상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신들이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할 경우 회담에 응하기 보다는 시간을 끌며 북-중 관계나 당 대회를 위한 내부결속 다지기에 더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