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문제가 2년 연속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됐습니다. 많은 안보리 이사국들은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가 10일 공식 회의를 열어 북한인권 상황을 논의했습니다.
안보리가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 개최한 이날 회의에서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북한에서 계속되는 중대한 인권 침해가 국제 안보와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자이드 대표] “the abduction of foreign nationals, forced disappearance, trafficking….”
외국인 납치와 강제실종, 인신매매, 계속 발생하는 탈북자와 망명 신청자들이 인권 침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는 겁니다.
자이드 대표는 특히 북한에서 주민들의 기본적인 권리가 거부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제사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시급히 나설 것을 강조했습니다.
사만다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의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안보리가 계속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파워 대사] “We must continue to take steps that one day will help us hold accountability…”
특히, 안보리가 북한인권 침해의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계속 취해야 한다는 겁니다.
파워 대사는 북한 정권에 대해, 안보리가 북한의 인권 범죄를 기록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그 같은 범죄에 대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파워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인권 상황이 국제안보에 위협이 아니라는 일부 이사국들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녹취: 파워 대사] “I would like to ask those countries that…”
조직적인 고문과 굶주림, 반인도적 범죄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묻고 싶다는 겁니다.
파워 대사는 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 유린을 중단시키기 위해 안보리가 정기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주재 영국대표부의 피터 윌슨 차석대사는 북한은 전세계가 자국 내 인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자체적으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서지 않으면 국제사회가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밖에 뉴질랜드와 요르단, 프랑스, 리투아니아, 칠레, 스페인, 말레이시아 등도 인권 상황과 관련해 북한 정권에 더욱 압박을 가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이들 나라들은 지난해 안보리가 처음 북한의 인권 문제를 논의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북한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하는 등 북한 정부의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구체적인 방안이나 향후 계획 등은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지만 안보리 의장국인 미국의 요청으로 이날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녹취: 오준 대사] "The dire human rights violations continue…"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의 오준 대사는 북한에서 끔찍한 인권 침해가 계속되고 있으며 일부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안보리가 계속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당부했습니다.
반면 이날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 베네수엘라, 앙골라 등 4개 이사국은 안보리에서 개별 국가의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류제이 대사] “Security council is not the place…”
유엔주재 중국대표부의 류제이 대사는 통역을 통해, 안보리는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적절한 장소가 아니며, 인권 문제가 정치화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류 대사는 회의 시작에 앞서 회의 개최를 반대하며 회의 소집 여부를 묻는 절차 투표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미국의 파워 대사는 류 대사의 주장을 일축하며 표결을 요청했습니다.
절차 투표 결과 미국과 영국, 프랑스, 칠레, 요르단, 리투아니아,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스페인 등 9개국의 찬성으로 정식 회의 소집이 결정됐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베네수엘라, 앙골라는 반대했고, 나이지리아와 차드는 기권했습니다.
한편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그레이스 조 씨와 북한 요덕관리소에 수감됐던 탈북자 정광일 씨가 이날 회의 방청석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국의 파워 대사는 발언 도중 이들 탈북자들의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방청석에는 북한 외교관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