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한 지난 4년 간 `공포정치'로 유일지배체제를 강화했지만 권력층 내부의 운명공동체 의식은 희박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또 장마당 같은 시장경제의 확산으로 앞으로 수 년 안에 김 제1위원장이 본격적인 개혁개방 여부를 놓고 갈림길에 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수석 박사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4년 간 집권하면서 북한 간부들을 다수 처형하는 등의 공포정치로 유일지배체제를 강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박사는 ‘김정은 정권 4년 평가와 남북관계 전망’이라는 주제로 26일 서울에서 열린 학술회의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말하고 이 기간의 김정은 체제를 ‘수령유일 공포체제’로 규정했습니다.
이 박사는 김정은 시대 들어 2인자나 실세는 예외 없이 숙청을 당했다며 리영호와 장성택, 현영철 숙청에 이어 최근 최룡해 마저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은 정치적 또는 정책적 이유가 아닌 주로 개인적 감정에 근거해 숙청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수석 박사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정은 시대 와서 4 년 동안 처형된 간부만 1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사실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00여 명이 좀 넘습니다. 한 130여 명에 이르는 그 정도까지 파악되고 있는데 그만큼 김정은의 공포통치는 북한 간부들에게 두려움이고 권력엘리트들을 옥죄는 통치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은 연로한 간부들에게 욕을 하거나 자신이 벽을 문이라 하면 열고 들어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등 안하무인격의 발언이나 비현실적인 지시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박사는 이와 함께 핵심 측근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북한 군에 지난 1980년대에 만들어진 ‘알았습니다’라는 군가를 새삼스럽게 보급하면서 김 제1위원장에 대한 맹종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박사는 이런 공포정치가 일시적으로 효과를 거두고 있으나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 김 제1위원장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면서 중장기적으론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핵심 측근들이 숙청과 처형에 대한 불안감으로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조언을 기피하고 생존을 위한 책임 회피는 물론 허위보고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한 해외 파견 일부 간부들은 망명까지 감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회의에 또 다른 주제발표자로 나온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김 제1위원장 집권 이후 장마당과 같은 시장의 확산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고 이미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은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380여 개의 종합시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 교수는 한국 통일부가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지난 2011년에서 2013년 사이 북한에서 장사를 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25%나 나왔다며, 이는 노인과 아동 인구 등을 빼면 사실상 한 가구에 한 명은 장사에 나서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조 교수는 특히 정권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권력층의 충성 뿐아니라 일반 주민의 지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전반적인 복지 수준 향상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김 제1위원장의 시대가 ‘경제의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김 제1위원장이 펴고 있는 경제정책에 대해선 사회주의체제 특성상 부분적인 경제관리 개선 조치는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고 핵 문제나 열악한 투자환경으로 해외자본 유치도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머지 않아 선택의 기로에 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동호 교수 / 이화여대] “앞으로 빠르면 3 년 길면 5 년 내에 김정은은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될 것입니다. 이제 시장을 없앨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보다 본격적인 개방개혁 쪽으로 갈 거냐 아니면 무리를 해서라도 과거로 돌아갈 거냐, 그런 갈림길에 조만간 설 것이고 따라서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도록 하는 그런 정책이 (한국 정부에) 향후 2~3 년 간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조 교수는 김정은 시대 들어 농업생산과 재정 규모, 그리고 북-중 무역 등의 증가로 쌀값과 환율 같은 거시경제 지표는 호전되고 있지만 시장 활성화와 함께 지역 또는 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