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핵 협상 타결로 최근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된 이란 방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방문이 성사될 경우 오랫동안 친북국가로 분류됐던 이란에 한국 정상으로선 사상 첫 방문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란의 핵 문제가 진전되면서 서방세계의 전방위 경제제재가 해제됨에 따라 이란 방문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이란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방문 시기나 추진 배경 등에 대해선 추가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알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소식통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늦어도 올 상반기 안에 이란을 방문하는 방안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방문 시기는 대략 4월~5월 사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성사되면 한국 대통령으로선 사상 첫 이란 방문이 됩니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 7월 핵 협상 타결로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 수순에 들어가게 되면서부터 추진돼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하게 되면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 관심이 모아질 전망입니다.
북 핵과 관련한 양국 간 협력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핵 개발을 둘러싼 국제사회와의 갈등을 풀고 경제발전의 길을 선택한 이란이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는 북한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됩니다.
북 핵 문제와 이란 핵 문제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대응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지만 이란의 선택에 대한 양국 정상의 공감 표시만으로도 북한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이와 함께 이란은 대미 강경파 세력이 오랫동안 집권하면서 북한과 핵과 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모종의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따라 이란은 한국보다 북한에 더 가까운 나라로 분류돼 왔고 이 때문에 한국 정부로서도 온건개혁파인 지금의 로하니 정권과의 관계 강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남광규 교수입니다.
[녹취: 남광규 교수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상대적으로 친북한 국가라고 할 수 있는 이란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한국에게 나쁠 게 없는 외교적 방향이라고 보고요. 그리고 이란이 국제사회에 들어섰기 때문에 한-이란 관계가 강화되면 간접적으로 북한도 국제사회로 들어오게 할 수 있는 그런 중재 역할을 이란에게 기대할 수 있는 여지도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란과 국제사회의 핵 협상이 타결된 이후 북한은 협상 타결의 의미를 깎아 내리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근 ‘변할 수 없는 미국의 반 이란 적대시 정책’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란 제재가 해제됐다고 하지만 미국의 반 이란 적대시 정책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은 필요하면 언제든 이란을 압박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경제협력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입니다.
막대한 원유 매장량을 바탕으로 한 이란 발 중동특수를 잡기 위해 일찌감치 국제사회가 펼치고 있는 외교전에 한국 정부도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미 외국 정상으론 처음 이란을 방문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이란 방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소 중동연구센터장인 장지향 박사는 과거 이란엔 한국의 중소 제조업체들이 많이 진출했었다며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로 한동안 주춤했지만 이는 양국 협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26일 한국의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랜 제재 기간 동안 이란에서 떠나지 않고 어려울 때 도운 기업들은 한국을 포함해 손에 꼽을 정도라며 이란 정부가 그 점을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란의 이런 평가를 토대로 이란과의 외교적 경제적 관계를 격상하기 위해 이번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