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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한미군 사드 배치 논의에 압박 수위 높여


지난해 11월 남태평양 웨이크 섬의 미군 기지에서 실시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시험 발사.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남태평양 웨이크 섬의 미군 기지에서 실시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시험 발사. (자료사진)

중국 정부가 한국 내 사드 배치 논의에 대한 비난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를 “결연히 반대”한다며 직설적인 공격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사드 배치가 중국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의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훙레이 대변인] “중국어”

훙 대변인은 사드 배치 가능성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시”한다며, “관련국이 한반도 문제를 이용해 중국의 국가 안전과 이익을 훼손하는 데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지난 12일 영국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고사성어까지 사용하며 미국과 한국을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녹취: 훙레이 대변인] “중국어”

과거 초한 시대에 유방과 패권을 다투던 항우가 유방을 죽이기 위해 부하 항장에게 칼춤을 추게 한 의도를 사드 배치에 비유한 겁니다.

이는 항우는 미국, 유방은 중국, 항장은 한국으로 묘사해 미국이 중국을 해치기 위해 항장의 칼 즉,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 한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 “사드 배치는 한국 방어 뿐아니라 더 큰 목적 즉, 중국을 겨냥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당국자들의 이런 발언은 과거에 비해 비난 수위가 훨씬 높아진 겁니다.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는 사드가 공론화됐던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6월 한-미 조찬강연에서 한국에 사드 배치 요청을 개인적으로 한 적이 있다고 공개리에 밝혔습니다.

[녹취: 스캐퍼로티 사령관] “There was consideration being taken in order to consider THAAD being deployed here in Korea…”

사드의 한국 배치를 위한 검토를 사령관으로서 한국에 권고했다는 겁니다.

이어 사드 배치가 한국의 안보와 국방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새뮤얼 라클리어 당시 미 태평양사령관과 한민구 국장방관의 발언이 잇따랐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반대는 아니었습니다.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는 그 해 11월 한국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사드가 북한이 아닌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인상이 있으며 중국의 안전에 해로울 것이란 우려를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습니다.

이어 창완취안 중국 외교부장도 지난해 2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군 당국자들의 사드 배치 발언이 계속되자 지난해 2월 공개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훙레이 대변인] “중국어”

관련국 (한국)이 안보를 추구할 때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 양자 관계의 대국적 측면에서 출발해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길 바란다고 밝힌 겁니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도 다음달인 3월 서울을 방문해 기자들에게 한국과 사드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며,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 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달인 4월 라클리어 미 태평양사령관은 상원 군사청문회에 출석해 사드 배치 가능성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라클리어 당시 사령관] “We’ve been in discussions about potential deployment of additional THAAD battery beyond the one on Guam but on the Korean peninsula.”

이 청문회에 함께 출석한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은 특히 “중국이 한국의 국방전략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드 체계는 한반도 방어에만 특화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존 맥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같은 달 ‘VOA’에, 중국이 사드 배치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케인>[녹취: 맥캐인 위원장] “The Chinese should understand that it’s an issue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the Republic of Korea….”

사드 배치는 미국과 한국의 문제이지 중국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사드가 방어 무기임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쑨젠궈 중국 인민행방군 부총참모장은 다음달인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대화에서 한민구 한국 국방장관을 만나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거듭 우려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이른바 ‘3노’ 입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반대는 완곡한 표현에 그쳤습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지난달 13일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사드 배치를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후에도 유지됐습니다.

[녹취: 훙레이 대변인] “중국어”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 국가가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검토를 하려면 반드시 다른 국가의 안전도 고려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과 한국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논의를 공식 시작한다고 발표하자 중국의 태도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중국은 김장수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고,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문제를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 강도를 높였습니다.

[녹취: 화춘잉 대변인] “중국어”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더 이상 위기 상황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습니다. 류제승 한국 국방부 정책실장입니다.

[녹취: 류제승 실장] “한-미 동맹이 이러한 방어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금까지 우리가 주목해 왔듯이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감행해 왔고 비핵화에 대한 진정하고 신뢰성 있는 협상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도 “사드 배치는 오로지 북한의 위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쿡 대변인] “Without getting into a timeline, we’d like to see this move as quickly as possible…”

하지만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12일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윤병세 한국 외교장관을 잇달아 만나 작심한 듯 사드 배치 검토를 비판했습니다.

“사드 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명백하게 손상시키는 것”이라며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겁니다.

이어 고사성어와 “결연한 반대” 표현까지 써가며 사드 배치를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미 국무부의 애나 리치-앨런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14일 ‘VOA’에, 사드는 순수 방어체계로 “중국의 전략적 억제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거듭 반박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대기권 안팎에서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하고 방어와 탐지 범위가 훨씬 넓은 사드의 강점이 북한의 미사일과 비대칭 전력 움직임을 일찍 포착해 억제력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사드의 강력한 고성능 X-밴드 레이더가 중국 대륙 한복판까지 탐지해 자국의 안전과 이익을 훼손할 것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결정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중국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앞으로 중국의 비난 강도는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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