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작은 섬나라 몰타 정부가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착취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유럽의회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럽의회 관계자는 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몰타 당국이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착취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몰타 당국자로부터 이같은 답변을 들었다며, 조사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독일 출신의 토마스 헨델 유럽의회 고용.사회복지 위원장은 지난달 유럽연합 담당 기구들과 국제노동기구 ILO에 서한을 보내 유럽 내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진상 조사와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헨델 위원장은 독일 최대 공영방송인 ‘ARD’가 지난 1월 몰타 내 북한 외화벌이 노동자들이 극심한 노동착취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한 뒤 서한을 보냈습니다.
‘ARD’ 방송은 이 보도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2 주에 하루만 휴식하며 하루 14시간씩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주당 91 시간으로, 유럽연합이 규정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인 48시간 보다 무려 2 배 이상 많은 겁니다.
방송은 또 유럽연합이 의무화한 최저임금은 한 달에 700 유로지만 북한 근로자들은 10분의 1에 불과한 75 유로, 미화 81 달러를 받는다고 전했습니다.
유럽연합에 따르면 몰타의 2014년 기준 평균임금은 시간 당 12.4 유로로 현지 북한 노동자들은 몰타인들의 하루 임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한 달 급여로 받는 겁니다.
헨델 위원장은 서한에서 “이런 식의 (노동) 착취는 충격적이며 유럽연합에서 용인될 수 없다”면서 “유럽연합 관련 기구들과 국제노동기구가 관심을 갖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몰타 출신 데이비드 카사 유럽의회 의원도 몰타의 ‘인디펜던트’ 신문에 이 사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유럽연합 기구들의 조치를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카사 의원은 특히 “ 그 어떤 인권 유린이나 노동착취도 몰타 당국이 조사해 정당한 대응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럽의 금융 감시단체인 ‘Facing Finance’는 웹사이트에서 독일 언론보도 등을 인용해 북한 노동자들이 아르마니 등 고급 브랜드 의류를 생산하는 몰타의 섬유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업체의 중개를 통해 고용된다며 유럽연합 회원국에는 현재 1천여 명이 현지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외화벌이 노동자가 5-6만 명에 달하며 심각한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었습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특히 지난달 특별성명에서 자국 노동자들을 해외에 파견해 착취를 당하도록 하는 것은 반인도 범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