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북한이 최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의 지상 사출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수 차례에 걸쳐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의 전력화를 위해 시험을 진행해 왔는데요, 오늘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이 무엇이고, 북한의 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조상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인 ‘워싱턴 프리 비컨’은 북한이 신형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KN-11을 지상에서 발사하는 실험을 했다고 지난 22일 보도했습니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은 잠수함에 장착한 수직발사대에서 미사일을 쏘는 것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개량한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잠수함에서 SLBM 수중 사출시험을 처음 실시했고, 뒤늦게 공개한 영상에서 시험 성공을 주장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의 당시 보도 내용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이 혁명무력은 영원히 백승만을 떨쳐 나갈 것입니다.”
이후 북한은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잇따라 수중 사출시험을 실시했습니다.
당시에도 북한은 영상을 공개하며 시험 성공을 주장했지만 한국 국방부는 조작된 화면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히 미국의 민간단체인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멜리사 헨험 연구원은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 등장한 SLBM이 점화 과정에서 폭발했으며, 과거 발사한 스커드 미사일 발사 영상과 합성해 조작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핸험 연구원] “The Scud video was used to show the end of the launch that done in june, 2014. The recycled that footage there…”
그러나 전문가들과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앞으로 2~3 년 안에 SLBM의 전력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SLBM의 개발 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먼저 육상에 발사대를 만들어 사출시험을 하고, 두 번째 단계로 발사관을 부두에 정박해 있는 잠수함에 재설치해 사출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수중에서 잠수함에 설치된 발사관을 통해 물 위로 발사하는 사출시험을 하는 것인데, 북한은 현재 이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미 텍사스 주 안젤로주립대학의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교수입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This capability once acquired - and it thus far appears to be much closer than many pundits previously predicted - will give North Korea the ability to use a submarine with longer range than just…”
벡톨 교수는 북한이 SLBM 개발을 위한 필수요건을 대부분 갖춘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기술 완성 단계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SLBM을 쏘려면 잠수함이 적어도 3000t 이상이 돼야 하지만 북한은 발사 때 충격이 적은 ‘콜드 론칭’ 방식을 사용해 자신들이 보유한 2500t 급 잠수함으로도 운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는 건 이를 통해 미 본토를 위협하고 한반도에서의 대북 방어체계를 단번에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SLBM은 근본적으로 상대국의 핵 선제공격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지상발사형 대륙간탄도미사일과는 달리 언제, 어디서 발사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데 그 위력이 있습니다. 지상발사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정도가 돼야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지만, SLBM은 잠수함이라는 발사대가 표적을 향해 움직이는 만큼 사거리가 길지 않아도 목표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우 탄두가 다시 대기권에 진입할 때 고열과 고압에 견딜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 SLBM은 이런 제약이 없습니다.
때문에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서 SLBM에 탑재할 경우 북한의 핵 위협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핵 과학자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의 말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 “Miniaturization, I think, is overplayed as something that is technically difficult for states…”
올브라이트 소장에 따르면 핵탄두 소형화는 북한에 더 이상 문제가 아니며 기술적으로 어떻게 이용하는가만 남았습니다.
때문에 SLBM 개발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군이 추진해온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나 ‘킬 체인’, 미군의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 (THAAD) 역시 발사 징후나 도발 원점을 파악하기 힘든 SLBM의 특성상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조지타운대학 전략안보연구소의 데이비드 맥스웰 부소장은 SLBM을 판세를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로 규정했습니다.
[녹취 : 데이비드 맥스웰 교수] “When fully operational it could provide the regime with a “second strike” capability which would significantly enhance its deterrent...”
SLBM이 핵 공격을 받으면 즉각 남은 핵으로 상대를 보복할 수 있는 ‘세컨드 스트라이크’ 능력을 북한에 제공해 상대가 함부로 선제공격을 하지 못하게 억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시험을 거듭할 경우 결국 SLBM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인만큼 미국과 한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